개혁주의 홈 스쿨
(1) 하나님의 섭리
김선희
우리 가정은 요즘에는 흔치 않은 5남매를 키우고 있다.
18세인 큰딸 예빈이, 14세인 둘째 연서, 초등학교 6학년인 13세의 셋째 딸 현서, 이란성 쌍둥이인 넷째, 다섯째인 정우, 시은이는 11세, 즉 초등학교 4학년이다.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할 때 홈 스쿨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 ‘가정 방문 학습지 선생님을 직업으로 갖고 계시는구나.’라고 생각하거나 ‘홈 스쿨이 뭐지?’라고 생각한다. 그 외의 사람들은 영재들이 명문 대학에 가기 위해 학교가 아닌 집에서 특별 교육을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이어지는 말은
“아이들이 똑똑한가 봐요?”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학교에 안 다니니 늦잠 자고 집에서 놀기만 하는 걸요.”
“그래도 설마,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무것도 안 가르치려고요, 엄마가 직접 가르치시나요?”
“정말 따로 가르치는 것은 없고, 성경을 함께 읽는 것 외에 배고프다고 하면 밥만 준답니다.”
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홈 스쿨에 생소한 분들은 우리 가정이 잘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모든 홈 스쿨 가정이 공부 안 시키고 놀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일은 오직 우리 가정에 국한된 것이며, 심지어 학교 교육을 앞지를 정도로 풍부하고도 깊이 있게 가르치는 홈 스쿨 가정도 많이 있다.
우리 가정은 하나님의 말씀을 아는 자가 지혜로운 자임을 알고 있기에 성경적 세계관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다. 앞으로도 성경을 가르치는 일을 가장 중요한 교육으로 여기며 아이들을 양육할 것이다. 홈 스쿨로 아이들을 양육하고자 결정했을 때의 뜨거운 열정은 많이 식었지만,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 아이들의 신앙 교육에 더 힘써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우리 가정은 홈 스쿨만이 정답이고 공교육은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은 아니다. 우리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기에 많은 시행착오도 있고, 또 홈 스쿨을 하다 학교 교육을 받길 원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넷째와 다섯째는 지금 학교에 다닌다. 그래서 예전보다는 좀 더 중립적으로 아이들의 교육을 바라보고 있다.
그럼 어떻게 홈 스쿨을 알게 되고 시작하게 되었는지, 부끄럽지만 우리 가정사를 통하여 우선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2010년 6월.
나름대로 신앙이 있다고는 하지만 교리를 알지 못하고 그저 열심히 교회에 다니기만 하던 우리 가정에 이겨내기 힘든 고난이 찾아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임을 깨닫지만, 그 당시는 그렇지 못했다. 나는 그 어려움을 신앙으로 감내할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나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시어머니와 함께 산 지 3~4년쯤 되었을 무렵, 시누이 집에 놀러 가셨던 시어머니께서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여러 가지 검사하는 중에 어머니께서 치매 초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외며느리인 내가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상황이 찾아온 것이었다.
이제 곧 어머니께서 서울에서 집으로 내려오실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불안해했다. 요양 병원에 모셨으면 하는 맘이 떠나질 않았다. 남편에게 선뜻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할 용기도 없었고,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며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면서 신경은 예민해져 갔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실망한 남편은 마음을 닫고 대화를 하지 않아 가정의 분위기도 아주 냉랭해졌다.
새벽마다 교회에 가서 “제가 어머니를 모실 수 있는 사랑이 없으니 사랑을 부어주시고 성령 충만함을 주셔서 어머니를 섬기며 살아가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했지만, 나올 때는 과연 어머니를 잘 모실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낙심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오기 일쑤였다.
‘아이들에게 매여 있어서 하고 싶은 것도 잘 못 해봤는데 이제 치매에 걸린 어머니까지 모시고 살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자녀들은 여호와의 기업이라는 축복의 말씀도 내게는 무거운 짐으로만 다가왔다. 그러다 집안 문제, 아이들, 남편에게서 해방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집을 떠나 혼자서 이것저것 생각해보자고 결정하고, 아이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채 잠시 가출을 감행했다. 사실은 모든 것이 나로부터 기인한 문제였음에도 말이다.
고난을 허락하시는 이도 하나님이시고 이길 힘을 주시고 피할 길도 주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라는 말씀을 온전히 알았더라면 그런 어리석은 결정을 하지 않았을 텐데……. 그때는 나 홀로 너무 힘들어하기만 했던 것 같다.
집을 나와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하다 성경책과 먹거리를 챙겨, 평창에서 ‘로뎀나무’라는 쉼터 사역을 하시는 목사님 가정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가정을 가진 여자는 집에서 나오면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그때 뼛속 깊이 경험했다. 절대 집 나오면 안 된다.
‘성경 일독을 하면서 뭔가 큰 깨달음을 얻고 돌아와야겠다.’라는 비장한 마음을 품고 갔지만, 지쳐있던 심신은 가자마자 무기력해져서 3일 내내 먹고 자기만 반복했다. 어쨌든 그렇게 하다 보니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좀 살 것 같아졌다. 하지만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면서, 이제 어떻게 남편 얼굴을 보며 아이들을 대할 것인지 살짝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목사님 댁에서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었을 때, 사모님께서 홈 스쿨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당시 목사님 가정에는 경계성 장애를 가진 큰아들이 있었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해서 홈 스쿨을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되었는데, 가정에도 유익하고 아이들에게도 유익한 것 같다면서 적극 권면해주셨다.
로뎀나무 목사님은, 홈 스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세상적인 교육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성경 말씀을 가르치는 것이며, 부부가 성경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우리 가정이 처한 상황을 홈 스쿨을 통하여 회복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하셨다. 남편과 아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와 더불어 신앙으로 아이들을 양육하는 일 말이다.
목사님은 이스라엘 웨인의 『성경적 세계관으로 홈 스쿨 하기』, 수잔 쉐퍼 맥콜리의 『라브리 가정 교육』이라는 두 권의 책을 권해주셨다.
3일을 놀고먹으니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인지 생전 읽지 않던 책을 다 보게 되었다. 평소에 책을 읽지 않았기에, 아무리 부지런히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잘 들어오지 않았다. 다 읽지도 못한 채 3일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말았고, 나중에는 결국 대충대충 읽으며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을 제도 교육의 틀에 그냥 내버려둬서는 안 되겠다는 것,
신앙으로 교육하는 홈 스쿨을 이른 시일 안에 해야 할 필요성,
어머니와 아이들을 위해서 자연에서 동물도 키우면서 생활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시어머니를 모실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겨났는데, 이는 참으로 하나님의 은혜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이 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의 교육 상황을 되돌아보면서, 아이들을 신앙으로 양육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 더불어 어머니를 모시면서 행복한 믿음의 가정으로 나아갈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고, 세상의 악하고 비성경적인 것들로부터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이 바로 홈 스쿨을 통해 성경적 세계관을 가르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전에는 공교육에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우리나라 상황에서 제도 교육의 틀을 벗어나는 일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홈 스쿨만이 아이들을 잘 교육할 수 있는 해답이라고 여기며, 신앙으로 교육했을 때에만 온전한 사람이 된다는 사실도 비로소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홈 스쿨을 하기로 정하기 전에도,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 양육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주일 성수, 가정 예배 드리기, 성경 암송하기, 교회 행사(여름 성경학교, 찬양 대회, 퀴즈 대회, 목사님 안수) 빠짐없이 참여하기 등등을 했었다.
하지만 교리를 알지 못했기에 하나님 아버지는 어떤 분이신지, 예수님은 누구이신지, 성령님은 어떤 분이신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죄가 무엇인지, 구원의 확신이 무엇인지, 성화가 무엇인지, 예수님의 재림과 종말이 무엇인지를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막연하게 신앙을 가르치려고 했었다.
그때는 ‘교회 안에서 아이들을 키우면 적어도 나쁜 길로는 빠지지 않겠지.’하는 기복적인 마음이 아주 강했다. 영원한 천국은 내가 당면한 문제가 아니었고, 우리가 죄인이라는 생각보다는 사람은 착하게 살 수 있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자기 신념이 강했다. 그래서 아이들의 구원 문제보다는 좀 더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교회가 더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성경 말씀을 가르쳤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아이들에게 록펠러와 오프라 윈프리에 관하여 이야기하며 꿈(?)을 심어주기 바빴고,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을 말하며 정의를 부르짖고, 『긍정의 힘』, 『목적이 이끄는 삶』, 『시크릿』을 읽으며 좀 더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교리를 모르고 성경 말씀을 알지 못하면 이런 어리석은 일들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바빴던 그때, 내 맘을 떠나지 않았던 성경 말씀은 잠언 14장 1절이었다.
“지혜로운 여인은 자기 집을 세우나 어리석은 여인은 자기 손으로 집을 무너뜨린다.”(바른 성경)
그 말씀을 생각하면서 어머니로서 지혜롭게 – 성공 지향적으로 – 아이들을 양육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마음에 불어넣었다. 그때와 똑같은 말씀이지만 지금은 이 말씀에 나오는 ‘지혜로운 여인’을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행하는 여인이라고 바르게 이해하게 되어,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며 말씀대로 살아가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로뎀나무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돌아와서, 남편에게 홈 스쿨에 관하여 들은 것을 이야기했다. 지금 우리 가정에 꼭 필요한 것이니, 이번 2010년 2학기부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말고 홈 스쿨로 교육하자는 말에, 남편은 홈 스쿨은 절대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우리나라와 같이 학연∙지연이 강한 풍토에서 학교를 보내지 않고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한 데다가 가르칠 능력도 안 된다면서 반대하는 남편에게, 어머니를 모실 수 있는 길이 홈 스쿨밖에 없다고 고집을 피워서 결국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2010년 8월, 여름 방학이 끝나고 예빈이, 연서, 현서는 학교를 나가지 않게 되었다. 정우, 시은이는 7살이었기에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었다. 그때 그 일 때문에 주위에서 난리가 났다.
시댁, 친정, 우리가 아는 지인들 모두 “아이들을 바보로 만들 것이냐?”, “아이들의 사회성은 어떻게 하려고 온실 속에서만 키우려고 하느냐?”, “학교생활을 하며 현실과 부딪히면서 이겨내야 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데…….”, “대학은 어떻게 보낼 것이며 나중에 직장생활은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라고 하면서 이구동성으로 반대하셨다.
아이들을 신앙으로 양육하기 위해서 홈 스쿨을 한다고 했더니, 성경을 알면 얼마나 알며 신학을 전공하지도 않았는데 신앙 교육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걱정해주는 것 때문에 잠시 맘이 흔들리기도 했다.
‘성경 일독도 하지 못했고 신 구약 성경 인물도 거의 모르는 데다 성경 해석도 제대로 못 하는데, 정말 하나님의 말씀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이 생겨났다.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기보다 ‘내가 어떻게 하지?’라고 하면서 나를 의지하는 마음이 자라갔다.
이런 걱정과 두려움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성경 지식과 믿음은 부족하지만 내 안에 계시는 성령 하나님께서 때마다 고비마다 지혜를 주시며 가장 선한 길로 인도해 주실 줄 믿는 믿음을 의지했다. 그러면서 흔들리던 마음이 점점 확고해져 갔다. 결국, 홈 스쿨에 대한 모든 두려움이 사라졌고,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맘으로 첫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하나님께서 선하신 섭리로써 ‘성경적 자녀 양육’이라는 목표로 기독 홈 스쿨을 하게 하셨음을 발견하게 된다. 오직 내가 주인이었고 내 방식만이 옳다고 느끼며 교만하게 행동하는 나와 남편을 변화시키시고 우리 가정을 회복시켜 주셨음을 깨닫게 된다. 성경적 자녀 양육을 위해 홈 스쿨을 생각하고 있는 분 중에 혹시 성경을 몰라서 포기하려는 분들이 있다면,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 하심을 믿고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결정하시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통하여 개혁주의 신앙을 알게 하시고, 우리 가정을 견고한 믿음의 터 위에 세우시기 위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나누어보려고 한다. 부디 그 이야기들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기를 바란다.
(※ 한 주간 1 명, 총 689이 읽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중고등학교 시절을 공교육 체제에서 보내다 보니 온갖 좋지 않은 영향도 받았었습니다. 교사들도 기독교적 세계관과 정반대되는 세계관으로 가르치고,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그 과정 역시 하나님께서 분명히 인도하셨다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불과 몇 년 전이라고 하더라도 세상은 점점 악해지는 것 같습니다.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아이들의 인성이 점점 바로 세워지지 않는구나 생각이 듭니다.
글을 읽으니 점점 패역해져가고 허물어져 가는 이 세대 속에서, 홈스쿨이라는 것이 정말 그리스도인의 가정 속에서 자녀 교육을 하는 데에 필수적이게 될 극단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