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의 크리스천과 함께 천성을 향해 나아가자
(23) 마귀의 시험 (1)
김재호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귀는 불붙은 창을 크리스천의 가슴을 향해 던졌다. 그러나 다행히도 크리스천은 손에 방패를 쥐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막아내어 위험을 벗어날 수 있었다.」1
마귀는 우리의 영적 무장 상태를 유심히 잘 살펴본다. 그래서 무장이 영 부실한 이들을 공격해서 손쉽게 쓰러뜨리곤 한다. 그런데 마귀는 종종 충분히 무장하고 있는 이들도 공격해서 실족하게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런 일을 목격하면 큰 혼란에 빠져 무기 자체가 낙후되었다고 여기며 ‘새로운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동안 내가 상대하는 적이 어떤 존재였는지 몰랐다는 사실을 나타낼 뿐이다. 마귀는 우리 손에 들려 있는 무기가 낙후되기는커녕, 엄청나게 강력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러나 그는 누가 어떻게 그 무기를 다루느냐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로 나타난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래서 마귀는 진리라는 무기를 다루는 일에 서툰 이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무기를 역이용해 더 크게 낙심하고 넘어지게 만드는 일까지 일으킨다. 성경은 이런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이 한 분이신 줄을 네가 믿느냐? 잘하는 일이다. 악령들도 믿고 떤다(약 2:19).
그러자 마귀가 그분을 거룩한 성읍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그분께 말하기를 “만일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아래로 뛰어내려라. 기록되어 있기를 ‘하나님께서 너를 위하여 자기의 천사들에게 명령하실 것이니,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들어 네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할 것이다.’ 하였다. 하니(마 4:5, 6),
그런데 떠돌아다니며 마술하는 어떤 유대인들이 악한 영에 들린 자들에게 주 예수님의 이름을 이용하여 말하기를 “바울이 전파하는 예수님을 의지하여 너희에게 명령한다.”라고 하였다. 스게와라는 유대인 제사장의 일곱 아들들도 이런 일을 하고 있었다. 악한 영이 그들에게 대답하여 말하기를 “내가 예수도 알고 바울도 아는데, 너희들은 도대체 누구냐?” 하고, 악한 영에 들린 그 사람이 그들에게 뛰어 올라 그들을 제압하여 이기므로, 그들이 상처를 입고 벗은 몸으로 그 집에서 도망하였다(행 19:13~16).」
따라서, 우리는 단순히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수준에서 멈추면 안 된다. 또한, 말씀의 본래 뜻과는 상관없는 일반적인 지혜나 처세술을 도출해내는 데 사용해서도 안 된다. 말씀을 읽기 전에 먼저 성령 하나님의 조명하심을 구하고, 이미 읽은 적이 있는 말씀이어도 여전히 처음 읽는 말씀인 것처럼 한 글자 한 글자 주의를 기울이며 읽어야 한다.
읽고 난 다음에는 같은 내용을 말하는 다른 성경 구절은 무엇이며, 그 구절에 더 확실한 의미가 나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봐야 한다. 이 작업은 성경 주석과 연구 자료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본문의 명확한 의미를 이해했다면, 그 내용을 우리 마음과 생각과 의지를 비추어보는 거울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잘못 생각해서 올바르지 않게 행동한 부분이 있다면, 하나님 앞에 그 잘못을 회개하며 은혜를 구하고 필요한 부분을 조정해야 한다.
매일 그렇게 하다 보면, 신앙의 가장 중요하고 명백한 부분과 비교적 덜 중요하고 모호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구분할 줄 알게 된다. 그러한 안목이 생기면 여러 가지 약점과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그리스도를 바라보고 의뢰하는 믿음으로 사탄의 시험을 이겨내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우치게 된다. 성경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젖을 먹는 자마다 의의 말씀에 익숙하지 못한 자이니, 이는 그가 어린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단한 식물은 장성한 자들의 것이니, 그들은 지각을 사용하므로 연단을 받아 선과 악을 분별하는 자들이다(히 5:13, 14).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시기를 “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마라.’” 하셨다(마 4:7).
그러므로 너희는 서서 진리로 너희 허리를 동이고, 의의 가슴막이를 붙이고, 발에는 평화의 복음을 전할 준비로 신을 신고, 모든 것에 대하여 믿음의 방패를 가지고, 이것으로 악한 자의 모든 불화살들을 능히 소멸시키며(엡 6:14~16)」
사탄의 시험을 이겨내려면, 평소에 은혜의 수단을 부지런히 잘 사용하여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무기에 익숙해져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사탄이 의심과 낙망과 허영과 교만이라는 불화살을 날릴 때, 훈련을 잘 받은 군인이 커다란 방패를 능숙하게 들어 올리듯 마음과 생각에서 성경 말씀을 꺼내어 그 불화살을 막아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은 사경을 헤매며 의식이 없는 환자처럼 이 세상을 살다가, 결국 하나님 앞에 몹시 부끄러운 모습으로 서게 되고 말 것이다.
각주
1 존 번연,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 유성덕 옮김, 크리스천다이제스트, 1996-포켓판, p.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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