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의 크리스천과 함께 천성을 향해 나아가자
(24) 마귀의 시험 (2)
김재호
「이제 너무나 정신이 혼미해진 가엾은 크리스천은 자기 자신의 목소리조차도 구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가 불타오르는 지옥 문의 입구를 지나갈 때, 사악한 마귀 하나가 그의 뒤를 따라오면서 속삭이듯이 온갖 하나님을 모독하는 말들을 그의 귀에 소근거렸는데, 그는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이라고 착각하는 것이었다.」1
마귀는 가상의 존재가 아니다. 그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죄에 넘어지게 하려고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탐심이나 분노에 사로잡힐 만한 환경을 조성해서 스스로 넘어지게 하기도 하고, 빛의 천사로 가장해서 하나님을 대적하는 일을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라고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약 1:14; 고후 11:14).
나아가, 사탄은 종종 사람의 마음에 그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불어넣곤 하는데, 대개 깊은 낙심과 절망에 빠뜨려 파멸에 이르게 하는 생각을 불어 넣는다. 사탄이 마음에 들려주는 그 소리는 아주 강력한 데다가 정말로 자기 자신의 목소리처럼 들리기 때문에, 외면하고 싶어도 도저히 외면하기 어렵다.
더구나, 사탄은 이번 기회에 그 사람의 전 인격을 완전히 사로잡으려고 우는 사자처럼 맹렬하게 덤벼든다. 성경은 이런 일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만찬 때에 마귀가 이미 시몬의 아들 가룟 사람 유다의 마음에 주님을 넘겨줄 생각을 넣었다(요 13:2).
그때에 가룟 사람이라고 불리는 유다에게 사탄이 들어갔다. 그는 열둘 가운데 하나였는데, 그가 가서 대제사장들과 성전 경비대장들로 더불어 그들에게 예수님을 어떻게 넘겨줄지 방책을 의논하니(눅 22:3, 4),
그 영이 아이를 죽게 하려고 자주 불에도 던지고 물에도 던졌습니다. 그러나 만일 하실 수 있다면,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고 저희를 도우소서(막 9:22).」
하나님께서는 이런 강력한 사탄의 시험을 그분의 주권 안에서 허용하기도, 허용하지 않기도 하신다. 우리 입장과 생각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원천적으로 차단해주시는 편이 훨씬 더 좋게 여겨지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마귀의 강력한 시험을 통해서도 그분의 선하신 뜻과 계획을 이루어 나가신다. 실제로, 예수님께서 마귀의 시험을 받도록 광야로 이끌어 가신 분은 바로 성령 하나님이셨다(마 4:1).
또한,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주권 가운데 그러한 상황에 놓인 성도를 위해 기도하며 그와 함께 해주신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 찾아오면, 참 신자와 거짓 신자의 차이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성도는 하나님의 지키심으로 건짐을 받지만, 거짓 신자는 마귀가 자기 뜻대로 하게 내버려 두시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성도는 내주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빛을 힘입어 마귀의 생각과 음성을 구분해내고 대항하게 되며, 마귀도 그 사실을 알고 두려워하며 재빨리 물러선다. 그러나 거짓 신자는 마귀의 노예로 팔려가 비참한 결말을 맞게 된다. 성경은 이런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시몬아, 시몬아, 보아라, 사탄이 밀처럼 체질하려고 너희를 요구하였으나, 나는 네 믿음이 떨어지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으니, 네가 돌아서게 될 때 네 형제들을 굳게 하여라(눅 22:31, 32).
그때에 예수님을 넘겨주었던 유다가 예수께서 정죄당하시는 것을 보고서, 스스로 뉘우치며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 그 은전 삼십 개를 도로 갖다 주며 말하기를 “내가 무죄한 피를 팔아 넘김으로써 죄를 지었소.” 하니, 그들이 말하였다.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냐? 네가 알아서 하여라.” 그러자 유다가 그 은전들을 성전에 던져 버리고 물러가서 스스로 목을 매어 죽었다(마 27:3~5).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마다 죄를 짓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하나님께로부터 나신 분이 그를 지키시므로 악한 자가 그를 손대지도 못한다(요일 5:18)」
우리는 평안할 때도 항상 하나님의 은혜에 온전히 우리 자신을 맡기며 겸손해야 한다. 그러한 평안도 하나님의 지키심으로 말미암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더 하나님을 의뢰하며 그분께 감사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마귀의 불 같은 시험을 겁내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시험에 이기고 지는 일은 근본적으로 우리 자신의 능력과 지혜에 달린 게 아니라 예수님의 은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도 시험을 받아 고난을 당하셨으므로, 시험받는 자들을 능히 도와주사 이기게 해주실 것이다(히 2:18).
각주
1 존 번연,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 유성덕 옮김, 크리스천다이제스트, 1996-포켓판, p.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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