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사이어의 『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universe next door : a basic worldview catalog) 』
– 기독교 신앙과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틀, 세계관 –
이지현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다니면서 세상과 교회가 서로 충돌한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느꼈다. 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충돌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생각과 고민은 하지 않고 그냥 하던 대로 신앙생활을 했다. 그러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그런 사실조차도 깨닫지 못한 채로 하루하루 살아갔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참된 기독교 신앙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여러 신앙 서적을 읽다가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주제를 다룬 제임스 사이어의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이라는 책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큰 놀라움과 충격에 휩싸였다. 왜냐하면, ‘세계관’이 기독교 신앙에 정말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신앙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점검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어떻게 세계관 책을 읽으면서 신앙을 되돌아볼 수 있을까? 성경만이 유일한 진리인데, 왜 이런저런 세계관을 배워야 하는가? 그 시간에 성경 읽고 기도하고 교리 공부하는 게 더 낫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 세계관을 배우지 않으면, 신앙이 아닌 것이나 신앙에 해를 주는 이 세상의 것들을 기독교 신앙으로 착각하더라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별히, 오늘날처럼 복잡하고 불신앙이 만연한 세상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예를 들면, 게임, 만화, 영화에 흔하게 나오는 마법은 성경에 비춰 생각하면, 그리스도인은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마법은 전능하신 하나님을 무시하고 정체불명의 초월적인 힘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에 다니는 많은 이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로 「해리포터」와 같은 영화에 나오는 마법 주문을 따라 하고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학교에서 배우는 진화론도 마찬가지이다. 성경의 기록을 완전히 무시하며 창조주 하나님을 부인하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이라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나마, 진화론은 그 해악성이 많이 알려져서 비교적 많은 성도들이 반대한다. 그러나, 그들 중에 상당수가 진화론 못지않게 하나님의 절대성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허무주의 문화에는 심취한 상태로 살아간다. 기독교 세계관은 바로 이런 일이 심각한 모순이며, 왜 잘못된 것인지를 알게 해준다. 다시 말해, 기독교 세계관을 배우면 성도가 모든 영역에서 성도답게 생각하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익을 얻게 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전통적인 ‘기독교 세계관’과 근현대 서양에서 나타난 ‘세속적 세계관’을 대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는 세속적 세계관을 크게 이신론, 자연주의, 허무주의, 실존주의, 동양 범신론적 일신론, 뉴에이지, 포스트모더니즘의 7가지로 분류하고 설명한다.
각각의 세계관을 궁극적 실재(이 세상의 진정한 최고 실재), 세계와 인간의 본질, 인간의 죽음, 지식 습득이 가능한 이유, 옳고 그름을 가리는 기준, 인간 역사의 의미라는 주제로 명료하게 정리해 놓았다. 그와 함께, 각 세계관에 해당하는 인문학 작품(시, 소설, 명언, 철학서 등)을 다양하게 인용하고 소개해 그 의미를 생생하게 알게 했다. 그러면서, 독자가 각 세계관의 핵심을 파악하고 무엇이 적절한 세계관인지를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기독교 세계관 및 다른 세계관들의 특징과 차이점을 분명하게 알게 되고, 무엇이 가장 적절한 세계관인지를 따져보게 된다. 책의 분량이 약 400쪽 정도 되고 내용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지만, 찬찬히 읽으면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잘 읽을 수 있다.
더구나, 자신의 전공(영문학)을 살려서 부드럽고 문학적인 문체로 글을 풀어나가서 읽기가 편하고 좋다. 그래서, 출간된 지 오래되었지만(1976년에 초판 발행, 2007년에 제4판 발행), 여전히 인문학(종교학) 입문용 도서로도 많이 추천받는 것 같다. 기독교 세계관과 근현대 서양 사조(思潮)가 어떠한 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도 이 책의 이신론 부문을 읽으면서 내 신앙이 참된 신앙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신론은 이 세상을 완벽하게 잘 지어놓은 뒤에 저 멀리 떨어져 세상일에 손 떼고 있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성경의 하나님을 인정하고 믿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성경의 하나님이 약사와 오늘의 현실 가운데 역사하시는 사실을 부인하고 거부하는 신앙을 가졌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교회에 출석하여 예배를 드리고 성경을 배웠음에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신론적 세계관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물론, 성경 말씀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으려는 불신앙 때문이었다. 전능하신 창조주이시자 우주의 통치자이신 하나님을 진심으로 믿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현대문화의 자연주의 세계관은 그러한 불신앙이 더욱 강한 힘과 영향력을 얻게 했다. 그런 면에서, 기독교 세계관은 자신이 진정 참 신앙이 있는지 없는지, 올바르게 생각하고 성도답게 살아가는지를 측정하는 좋은 도구가 된다.
또한, 서양 근현대 세계관이 어떻게 생성되고 발전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18세기의 이신론에서 자연주의가 나왔고, 자연주의에서 진화론과 공산주의, 허무주의와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이 나왔다. 그리고, 자연주의와 동양의 범신론이 만나 뉴에이지를 만들어 냈다. 이런 사상의 흐름을 알게 되면서 근현대 문화를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예전부터 궁금하기는 했지만, 답을 알 수 없었던 질문이 있었다. 서구 세계가 왜 오랜 기독교 전통을 버리고 무신론과 뉴에이지로 돌아섰는가? 많은 서양인이 왜 동양(주로 인도, 티베트, 일본)에 호의적인가? 진화론이 왜 나치즘과 공산주의와 연관이 있는가? 허무주의 예술가들은 왜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힘든 예술작품을 만들었는가? 이 책은 그런 오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알려 주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 발을 딛고 살아간다. 수많은 불신자들과 평생 부대끼며 비기독교적인 사회와 체계와 문화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런 곳에서 지혜롭고 온전하게 신앙생활을 하려면, 성경도 잘 알아야 하고 이 세상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비성경적인 사상과 체계를 받아들이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명령하셨다. “보아라, 내가 너희를 보내는 것이 마치 양들을 이리들 가운데로 보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슬기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해져라(마 10:16).” 마귀와 세상은 오늘도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상과 문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비(非)성경적 세계관을 가지도록 속인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이 비성경적 세계관이라는 덫에 걸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을 대적하고 싫어하며 죄짓기를 좋아하게 한다.
성도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 치열하고 잔혹한 영적인 전투’에서 꼭 승리해야만 한다. 지면 교회는 영적인 생명을 잃는다. 왜 복음을 전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무덤덤해지며, 영혼들은 점점 세상으로 나아가고, 교회는 더 하나님을 떠나 세상을 섬기는 일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승리하면 교회는 수많은 영혼을 구원하고 온전하게 할 수 있다. 세계관 공부는 이 치열한 영적 전쟁에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피아식별(彼我識別)’ 도구이다. 그러므로,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자기 시대의 주류 세계관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귀의 술책에 넘어가고 덫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상황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부디, 교회에 다니는 분들이 모두 이 책을 읽고 악한 마귀와 세상의 온갖 악한 미혹과 덫에서 벗어나 온전하게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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