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켈러의 『 양과 목자(A Shepherd Looks At Psalm 23) 』
– 한 목자가 체험한 시편 23편의 감격스러운 진리
이지현
그리스도인이 즐겨 암송하는 성경 구절이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구절은 시편 23편일 것이다. 그만큼 널리 사랑받는 이 시편은 6절로 이루어져 있어 외우기도 쉬운데다, 성도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시편의 저자인 다윗 왕은 어린 시절에 목동으로 일하며 아버지의 양 떼를 쳤다. 그는 이 시편에서 자신을 양으로, 하나님을 목자로 비유하며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찬양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찌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내 머리에 바르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시편 23편 – 개역한글판).」
이 시편은 워낙 간결한 데다 표현이 복잡하지 않아서 누구나 그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너무나도 쉽고 친숙한 시편이다 보니, 오히려 이 말씀이 지니고 있는 깊이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일이 많다. 이 시편 23편에는 값진 신앙의 보물(寶物)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묻혀 있다. 하지만 이 보물은 ‘양’과 ‘목자’가 어떠한 사이인지를 충분히 알지 못하면 캐낼 수 없다.
유목문화와 관련 없는 국가나 도시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양이 어떤 동물인지, 목자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막연한 궁금증을 품거나 근거 없는 감상적인 상상에 빠질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좋은 책이 바로 필립 켈러의 『양과 목자』이다. 저자인 필립 켈러는 8년 동안 양을 친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그는 목자로서 살아간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시편 23편을 더 깊이 묵상하도록 이끌어준다.
이 책은 『한 목자의 눈으로 본 시편 23편(A Shepherd Looks At Psalm 23)』이라는 원제목처럼 목자의 경험과 시각으로 시편 23편이 말하는 바를 하나씩 구체적으로 짚어준다. 『목자의 시편 23편 묵상집』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이 책은, 돋보기와 같이 우리가 제대로 못 보던 진리를 또렷하게 확대해서 보여준다.
이 책은 찬찬히 읽어나가기 참 좋다. 총 12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각 장이 그리 길지 않은 데다가, 문체도 간결하고 흡인력 있어서 이야기책 읽듯이 술술 책장을 넘길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간결한 문장 밑에는 깊은 신앙의 무게와 강력한 도전이 깔려 있어서, 결코 가볍게 읽어 넘길 수 없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양과 목자가 어떠한 관계인지를 풍성하게 알게 된다.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양이 얼마나 무력한 동물인지 알 수 있다. 양은 자기를 스스로 보호하지 못한다. 적이 나타나면 겁에 질려 무작정 도망치거나 덤불에 숨을 뿐이다. 게다가 한 번 뒤집히면 결코 혼자서 몸을 뒤집고 일어나지 못한다. 목자가 구해주지 않으면 얼마 못 가 죽게 된다.
둘째, 양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동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양은 자기를 잘 돌보지 못하는 동물이다. 그냥 놔두면 독초를 먹고 더러운 물을 마셔서 병에 걸리거나, 위험한 곳을 돌아다니다가 죽게 된다. 또한, 양은 고집이 있는 동물이어서 다니던 길로만 가려 하고, 풀을 뜯던 곳에서만 뜯으려고 한다. 이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양도, 초장도 모두 피폐해진다.
셋째, 목자가 얼마나 양에게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영리하지 못하고 힘없는 동물인 양이 건강하게 잘 자라려면, 선한 목자를 만나야 한다. 양의 모든 복지와 행복이 전적으로 목자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자기 양을 위해 온갖 어려움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선한 목자는 양 떼를 번성하게 한다. 그러나 게으르고 악한 목자는 양 떼가 굶주림과 추위와 질병 속에서 죽어가게 할 뿐이다.
넷째, 목자가 얼마나 지혜롭고 부지런하며 용감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양들이 잘 먹고 마시며 편안하게 쉴 수 있어야 양 떼가 번성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목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항상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
이렇게 양과 목자에 대해 알게 되자, 시편 23편의 내용이 새롭게 다가왔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라는 구절이 그저 막연한 수식어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다. 여호와, 즉 삼위일체 하나님께서는 참으로 당신의 백성을 사랑하신다.
목자가 양을 한 마리씩 다정하게 돌보듯이, 하나님께서도 당신의 백성을 그와 같이 돌보신다. 선한 목자가 자기 명예를 걸고 양 떼를 잘 관리하듯이, 하나님께서도 당신의 영광을 위해 자기 백성을 선하게 이끄신다. 선한 목자 밑에 있는 양 떼가 목자의 돌봄에 완전히 만족하며 행복해하듯이, 하나님의 백성도 하나님의 돌보심에 만족하며 평안을 누릴 수 있다.
「이제 시편 기자는 모든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그런 목자를 모신 양은 자기가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안다.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그는 항상 목자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그곳에 나타날 것을 확신한다. 그는 언제나 철저하고 동정심이 넘치며 지적인 주인에게 속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가진다. 그 이상 무엇을 염려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는 노련하고 깊은 애정이 담긴 주인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항상 누릴 것이다. 이것은 담대한 말일 뿐 아니라 어느 정도 자랑에 속하며, 자기의 삶과 운명을 지배하는 분에 대한 절대적 신뢰의 선언이기도 하다. …(중략)…
이 모든 것들을 돌이켜볼 때, 참으로 그리스도의 돌보심 안에 있는 사람은 어떤 두려움이 생기고, 어떤 궁지에 부딪히고, 어떤 재난이 닥쳐온다 할지라도, 그 모든 혼돈으로부터 결과적으로 선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것이 곧 나의 삶에 드러난 주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다. 이것은 주님에 대한 나의 믿음과 신뢰의 든든한 기초가 되었다.」1
이 책을 통해, 하나님께서 얼마나 당신의 백성을 사랑하시며 선하게 인도하시는지를 생생하게 알게 되었다. 그와 함께, 내 선한 목자이신 하나님에 대한 기쁨과 믿음과 감사함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이렇게 선하신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면, 현실의 한파(寒波)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시편 23편의 배경과 하나님의 사랑과 인도하심에 대해 깊이 알고 싶으신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분명히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며 그분과 동행하려는 마음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각주
1 필립 켈러, 『양과 목자(A Shepherd Looks At Psalm 23)』, 김만풍 옮김, 생명의말씀사, 2011, pp. 173, 174,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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