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의 홈 스쿨
(2) 홈 스쿨을 시작하며 거쳐야 하는 일들
– 1. 학교 다니지 않기
김선희
두 달여의 고민과 협박(?)의 결과, 홈 스쿨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별다른 준비 과정이 없었기에 우리 가정은 그때부터 어떤 방향으로 홈 스쿨을 운영할 것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약간 다혈질이고 급한 성격인 나는, 어떤 일을 진행할 때 하나님을 의지하며 기도하고 말씀을 보면서 차근차근 신중하게 해나가기보다는, 우선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일을 벌여놓고 수습하는 일이 좀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이는 홈 스쿨을 시작하는 일에서도 이어졌다. 아직 내가 무언가를 해보려는 경향이 너무 강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가장 중요한 문제인 홈 스쿨 운영방향을 고민하다가, 우선 그전에 학교와 얽혀있는 행정적인 문제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그 일부터 마무리한 다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홈 스쿨을 시작한 가정과 교제를 나누면서 방향을 차차 구체화하는 편이 순서에 맞고 더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부디, 홈 스쿨을 염두에 두고 계신 다른 성도님들은 기도와 말씀 가운데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깊이 있게 생각하고 하나님께 여쭈어보면서 천천히 진행해가시기를 바란다. 그때를 돌아보며 지금의 내 모습과 비교해보니, 미약하나마 그래도 예전보다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일까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서 일을 진행해 가려는 변화를 엿볼 수 있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현재 홈 스쿨을 계획하고 있거나, 차후에 자녀를 양육할 때 홈 스쿨을 염두에 두고 계신 분들이 가장 마음에 걸려 하고 궁금해하는 부분이 바로 법적인 문제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녀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의무적으로 보내는 것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따르지 않으면 국가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받거나, 법을 위반했으니 경찰서에 불려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이 부분을 확실하게 알아두면, 홈 스쿨을 시작할 때 겪곤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떨지 않고, 조금 더 편안하게 홈 스쿨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의무교육의 개념을 살펴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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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교육이라 함은, 모든 국민의 자녀들로 하여금 국가에서 정한 일정 기간의 교육을 받도록 강제하고 국가에서는 이에 필요한 교육조건을 정비하도록 의무화하는 국민 기초교육으로서,
의무교육의 기본 요건은
① 법적인 취학의무 규정
② 국가의 수용시설 확충
③ 적극적인 무상화의 추진
등을 들 수 있다.
의무교육은 원래 국민의 국가에 대한 봉사적 의미로서, 그리고 개인의 능력을 개발, 발전시키는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제도화된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1794년 프러시아의 보통 법에 규정되었고 루터(M. Luther)가 그 주창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1949년 교육법이 공포됨에 따라 의무교육이 출범되었으며, 헌법에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교육기본법 제8조 2항에서 “모든 국민은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6년간의 초등 의무교육과 3년의 중등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의무교육의 연한은 해당 국가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제 여건에 따라 다르며, 주요 국가의 경우 대부분 9∼11년이 보통이다.
[출처: 교육학 용어사전,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1995년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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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현서와 3학년이었던 연서, 그리고 중학교 1학년이었던 예빈이가 학교에 다니고 있었기에, 9월 개학에 맞추어 학교로 찾아갔다.
먼저, 연서와 현서가 다니는 초등학교 행정실을 찾아가 홈 스쿨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집에서 아이를 교육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하니 담당 선생님께서 오셨다. 담당 선생님은 어떤 이유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하는지 면담하신 다음 해당 서류를 가져오셨다.
면담하면서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심호흡하며 말하기를 반복하였는데, 그때는 나도 그렇게 강심장이 아니었나 보다. 지금이라면 당당하며 조리 있고 담대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이야기하면서, 기독 홈 스쿨이 자녀 교육에 더없이 좋은 교육방식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련만……. 돌아보니 조금 아쉽다.
연서와 현서의 서류에, 각각의 인적 사항, 교육 방법과 계획을 기재하고 제출하였는데, 이때도 무작정 그냥 학교를 방문했던 터라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몰랐다. 그래서 최대한 간단하게 요건만 적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말이다.
“자녀를 기독교 교육으로 양육하기 위해 홈 스쿨을 하려고 합니다.”
그 글을 본 담당 선생님은, 자녀를 공교육을 통해 교육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하면서, 비인가 기독교 대안학교를 다니다가 결국 또래 아이보다도 낮은 학년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이 있음을 이야기해주셨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결정하시라’는 이야기를 완곡한 표현으로 말씀하셨다.
물론 그 말에는 부모로서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의미가 담겨 있었기에 씁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일을 처리하고 교정을 나설 때가 되자, 무거운 마음보다는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크다면 큰일이라 할 수 있는 이 일을 속으로 주저하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잘 처리해나갈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2010년 당시만 해도 홈 스쿨로 자녀를 교육하는 가정이 많지 않아서, 선생님들 역시도 어떻게 행정 처리를 해야 하는지 몰라 여기저기 알아보면서 서류를 준비해 주셨다. 하지만 그 사이, 공교육에서 홈 스쿨로 전환하는 가정이 많이 생기다 보니, 요즘에는 조금 더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예빈이가 다니는 중학교를 찾아가 집에서 아이를 교육하기 위해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하니, 초등학교보다는 좀 더 긍정적으로 대처해 주셨다. 중학교부터는 자퇴, 정학, 퇴학, 비인가 대안학교 진학 등 여러 가지 상황이 많이 생겨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예빈이의 담임 선생님은, 우선 90일을 그냥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학교는 그 학생을 [정원외(定員外)관리자]로 처리하게 된다고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 뒤로 학교에서 집으로 한 번 정도 우편물이 왔던 것 같다.
많은 분이 “의무교육인데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나요?” 라고 물어보신다. 하지만 요즘은 학교를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인지, 벌금 같은 처벌보다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학교에 다니지 않을 수 있게 처리해준다. 홈 스쿨의 경우는, 부모가 자기의 교육 방침으로 자녀를 가르치겠다는 의사 표현이므로, 해당 학생은 학교에서 관리하는 학생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정원외관리자]로 분류해주는 것이다.
홈 스쿨을 시작할 즈음, 정우와 시은이의 경우에는 어린이집의 만 5세 반을 다니고 있었다. 그러니까 조금 있다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되는 시기였다. 지금도 아쉬운 것은, 그때 정우와 시은이가 언니, 누나들이 집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자, 고작 한 달 반 정도를 남겨두고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겠다고 했던 말을 들어준 것이다.
조금 있으면 어린이집 졸업기념으로 학사모를 쓰고 사진도 찍게 된다. 부모의 맘으로는 그래도 어린이집 졸업사진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싶어 아이들을 달래고 회유해 보았으나, 아직 어려서 그런지 졸업사진은 필요 없다고 해서 “그럼 다니지 마라” 라고 했는데 이 점이 조금 후회가 된다. 좀 더 강하게, “어린이집은 졸업해야 한다” 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그런데 요즘은 어린이집도 보내지 않는 홈 스쿨 가정이 늘고 있으니, 이런 나의 후회는 어쩌면 세상적인 욕심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는 중에 해가 바뀌어 2011년이 되었고, 정우와 시은이에게도 취학통지서가 날아왔다. 학교를 보낼 것인가, 처음부터 홈 스쿨로 시작할 것인가를 놓고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학교생활을 조금이나마 경험해보고 홈 스쿨을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1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 학교를 찾아갔다.
그런데 그때 마침 우리 가정이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이사하게 되면서, 정우와 시은이는 전학부터 하게 되었다. 이사를 한 날이 6월 24일이었으니, 이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금방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여름방학이 한창일 때, 시골 학교인 흥업 초등학교를 찾아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서류를 작성하려고 하니까, 교감 선생님이 엄청나게 화를 내셨다.
알아보니, 시골 학교는 정원수에 따라서 정부 지원금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이번 여름에 두 아이의 전학으로 정원이 늘어나 기뻐했는데, 바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하니 허탈하셨던 모양이다.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그만두고 이사하지, 왜 여기로 전학 와서 그만두느냐, 다시는 학교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도 하지 마라” 라는 무서운(?) 협박을 곁들여 회유하셨다. 그러면서 정우와 시은이가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부모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며 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강하게 말씀하셨다.
물론, 이때도 심장이 두근두근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그래도 아이들을 집에서 교육하겠다고 하니, 교감 선생님께서는 절차가 까다로워 동사무소에서 우편물도 갈 것이고 학교에서도 3개월마다 방문할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마지못해 허락해주셨다. 그렇게 힘들게 서류 작성을 마쳤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는 정말 교감 선생님께 크게 혼나는 것 같아 무척 무섭고 떨렸다. 어찌나 분위기가 심각했던지 교직원분들까지 한껏 숨을 죽이셨다. 교감 선생님의 붉어진 얼굴에 다들 긴장한 모양이었다. 그 뒤 정우와 시은이의 담임 선생님이 한 번 방문하셔서 아이들을 잘 교육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류를 작성하고 가셨고, 그 뒤로 또 다른 방문은 없었다.
다시 한 번 행정 절차에 관하여 정리해보면,〔정원외관리〕란 합당한 사유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장기결석(3개월 이상의 연락 두절 등)하여, 이후 출석하여도 해당 학년의 수료 및 졸업이 불가능(출석 일수 2/3 미달)한 자에 대해 학적을 유예하고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다.
학적이 말소되는 것이 아니므로 〔정원외관리자〕가 되면, 가장 마지막까지 다닌 학교에서 본인이 정원외관리자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발급받으면 검정고시와 같은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험을 통과하면 유예 상태인 해당 학위 졸업자와 똑같이 인정받게 된다.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 미취학아동의 경우는, 취학통지서가 나오면 입학 날짜에 맞추어 등교시킨 다음, 바로 〔정원외관리〕를 신청하는 것이 가장 좋다. 취학통지서를 받고 〔취학유예〕를 해야 하나, 〔정원유예〕를 해야 하나 망설이시는 분들이 있는데, 〔취학유예〕나 〔정원유예〕가 아닌 〔정원외관리〕를 해야 한다. 이 부분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여기서 사용되는 〔유예〕의 의미를 살펴보면 이렇다.
“유예는 의무교육 대상자의 해당학년 취학(교육)의 의무를 1년(해당학년도 말까지)의 범위 내에서 보류하는 것으로, 취학 전 유예, 취학 중 유예 모두가 가능한 단기간의 휴학이라는 개념이다.”
따라서 단기간의 휴학이 아닌 장기간의 휴학 개념인 〔정원외관리〕가 홈 스쿨을 하는 데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간혹, 학교를 방문하여 모든 행정절차를 마쳤음에도,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출석독촉 경고장〕이 1~3회 정도 우편으로 발송되는 경우도 있지만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90일의 결석 기간이 지나면, 학교가 알아서〔정원외관리자〕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홈 스쿨 가정이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홈 스쿨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중학교 입학식을 마치고 정원외관리를 신청하는 편이 더 좋다. 이렇게 하면 중입(中入) 검정고시를 치르지 않고, 곧바로 고입(高入) 검정고시를 치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검정고시에 관련된 이야기는 차후에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이렇게 생애 처음 접하는 모든 일을 학교에서 알려주는 대로 처리하여, 별다른 문제 없이 학교와 이별하게 되었다. 학교와 맺은 관계를 정리하면서 느꼈던 점은, 무작정 찾아가는 것보다는 사전에 절차나 사유서 작성에 관련된 내용 등등을 미리 알아보고 준비해가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일들을 거치면서 사회적 소수의 삶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소외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었지만, 하나님의 거룩한 자녀로 구별되는 과정이라 여기고 좀 더 하나님을 알기에 힘쓰며, 세상 교육이 아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교육을 하기 위해 더욱더 하나님께 여쭙고 의지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행정절차를 진행하면서, 한국에서 홈 스쿨이 좀 더 정착되어 법적/사회적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으면 했다. 세금 등의 국민 의무를 똑같이 감당하니 모든 국민이 누리는 혜택도 똑같이 받을 수 있어야 함에도, 현재 행정적인 부분은 〔의무교육〕보다는 아무래도 〔의무취학〕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 그래서 〔의무취학〕을 하지 않으면, 국민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어 아쉽다.
부디, 한국에서도 홈 스쿨이 법적/사회적으로 제도화되어, 좀 더 자유롭게 기독교 세계관으로 자녀를 교육하는 기독 홈 스쿨 가정이 많아지기를 소망하며 하나님께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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