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문 진단」 기획 기사 시리즈
「교황 방문 진단 2」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의미
Geneva Reformed Church 제네바 개혁교회
Reformed Guardian 리폼드 가디언
The Band of Puritans 밴드 오브 퓨리탄스
Geneva Institute 제네바 신학교
오인용 목사
▲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한 장면
출처: (CC-BY-SA) Lothar Wolleh, commons.wikimedia.org
로마 카톨릭의 전통과 조직은 상당히 오랫동안 세상에 넓고도 깊게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그 기간,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 몇 번 있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종교개혁으로 인해 개신교회가 설립된 것에 반발하여 열린 트렌트 공의회(1545~1563년, 북이탈리아의 트렌트에서 열린 로마 카톨릭의 제19차 에큐메니칼 공의회)다. 이 모임의 목적은 종교개혁의 확산을 차단하고 로마 천주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데 있었다. 따라서 이 공의회에서 로마 교회는 종교개혁을 반대하고 저주하며, 장차 나아갈 노선을 분명히 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전환점은, 1869년부터 1870에 걸쳐 교황 비오 9세가 개최한 제1차 바티칸 공의회다. 이 공의회는 근대 세계에서 로마 카톨릭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모색했던 공의회였다. 이 공의회의 핵심은 교황지상주의에 있다. 교황무오설이 공식적으로 선포되었고, 그 결과, 교황의 권력이 절대적으로 강화된 카톨릭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에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중요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1962년 10월 11일부터 1965년 12월 8일까지 1,2차 회기로 나누어 열렸다. 이 공의회는 1∙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를 비롯한 현대 문화와 정치 환경 등의 급격한 변화에 카톨릭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라는 거대한 역사적인 사건 속에서, 로마 카톨릭이 보여준 모습은 실로 무력하고 무능했다. 그대로 가다가는 카톨릭이 누려온 권위와 조직 체계가 자칫 붕괴하여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이 공의회가 열릴 수 있게 하였다. 카톨릭 안의 진보 세력은 옛 체계가 이미 낡고 쇠퇴하였다고 여기고, 구시대에 머물러 있는 카톨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했다. 그리하여, 다시 한 번 카톨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이고자 했다. 사실상,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진보 세력의 주도로 이루어진 공의회라고 할 수 있다.
카톨릭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논의된 내용과 결과가 무엇이었는가를 다음과 같은 모습들로 보여주었다.
1.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포교 전략으로 교회일치운동에 나섰다(에큐메니칼주의).
2. 개신교와 대화하고 교류하면서 더는 대치하지 않는 화해 정책으로 전환했다.
3. 동방 정교회와도 대화하고 교류하면서 뿌리 깊은 반목을 없애려고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4. 일반 신자의 교회 참여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여 적극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장려했다.
5. 타종교에 취했던 폐쇄적이고 대결적인 정책을 버리고, 화합과 일치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6. 세상을 향한 봉사와 섬김과 나눔을 통하여 사회적인 확장을 추구했다.
7. 정치적인 분야에서 교황과 카톨릭의 영향력을 넓게 행사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8. 신학적인 면에서는 보수적인 노선에서, 진보적이고 포용적이며 신학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9. 카톨릭 교회를 세상에 더욱 개방하고 세상의 모든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장려했다. 그 결과, 세속 문화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10. 성모 마리아 숭배를 신학적, 신앙적, 의식적인 면에서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심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도록 했다.
11. 세상의 모든 민족과 종족을 하나의 보편적 시민으로 여기고, 온 세상을 카톨릭의 확장과 맞물려 바라보면서 모든 민족과 종족에게 포용적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로마 카톨릭은 이렇게 자신을 변화시키며 세상에 더욱 깊숙이 침투하고자 했다. 낡고 폐쇄적이며 중세적인 완고함과 고리타분함을 벗어 던지고, 세상 속으로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사목활동과 다른 많은 활동을 하고, 일반 신자의 교회 참여를 받아들이고 옹호했다. 그 일을 통해, 예전에 알고 있던 그 고리타분한 종교가 아닌 완전히 변화된 새 종교로 인식하게 하여, 옛 권위와 영광을 회복해보려고 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공의회를 계기로 개신교에 대하여 강경한 자세를 누그러뜨리고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협력하며 대화하는 천주교의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다. 지금도 천주교는 표면적으로는 개신교와 대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포용과 일치를 기치로 내걸고 개신교와 마주 앉아, 개신교회를 같은 신앙을 가진 같은 교회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지금의 천주교를 생각하면서 중세적인 완고함을 떠올리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가져온 이러한 변화가 과연 근본적인 변화였는가? 많은 개신교 진영이, 천주교가 개신교의 일치∙연합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과 대결하는 자세를 버리고 포용적이며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는 일을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때문에, 오늘날 다수의 개신교 진영이 종교개혁자들이 남겨준 천주교에 대한 역사적, 신학적, 신앙적인 가르침을 더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러한 가르침을 이미 한물 지나간 역사적인 유적 정도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엄청난 착각이며 어리석은 판단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천주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오랜 역사적인 전통과 신학을 포기하거나 개혁한 것이 아니라, 그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겉옷만 바꿔 입었을 뿐이다. 즉, 천주교는 여전히 자신만이 진정한 교회라고 여기며(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발언을 보라),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교회법, 조직 체계를 갖추고 고수하고 있다.
반면 개신교는, 천주교가 근본적인 변화 없이 개혁적인 변화라는 옷으로 겉모습만 꾸몄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천주교를 같은 교회로 받아들이는 엄청난 오류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오늘날 많은 개신교 진영이 더는 천주교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거나 그들과 대립하지 않는다. 영적인 무장을 스스로 완전히 내려놓고, 적과 동침하는 일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천주교의 의도가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오직 개신교를 교황 체제 안에 편입하려는 목적으로 교회일치운동(에큐메니칼)을 벌이고 있다. 무오한 교황이 이런 사실을 과연 변하게 할 수 있겠는가? 이 사실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카톨릭은 개혁되기는커녕 이전의 카톨릭보다 더 타락했으며, 성경에서 더 멀리 벗어나 변질되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 증거가 바로, 천주교의 종교다원주의와 종교포용주의다. 로마 카톨릭은 이제 세상의 모든 종교를 통치하려는 태도를 공개적으로 나타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천주교는, 개신교가 교황의 통치를 받는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 정상이며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주장을 도무지 굽힐 줄 모른다. 그에 비해 개신교는, 종교개혁자들의 신학과 신앙을 다 버리고 로마와 하나 되려는 망상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그러한 망상의 결실이 바로 WCC로 대표되는 에큐메니칼주의인 것이다.
한국 교회의 목회자 대부분이 절대 로마 카톨릭을 이방 종교이자 사이비∙이단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 신자들은 천주교의 실체를 전혀 배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일이 개신교 안에서 이미 심각할 정도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대처하지 못한다면, 결국 개신교는 천주교에 편입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지금도, 한국 개신교회는 에큐메니칼주의 운동의 세계적인 흐름에 급속하게 빨려 들어가, 개신교회의 터전 자체가 무너지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교파의 경계와 담은 이미 오래전에 무너져, 각 교파가 지녔던 정체성이 거의 다 상실되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카톨릭은 개신교 전체를 말살하여 로마 체제로 편입하기 쉽게 하려고 NCCK와 함께 ‘신앙과 직제협의회’를 창립하였다. 이 모든 일이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다.
그러니 명심하라. 로마 카톨릭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기점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난 것이다.
「교황 방문 진단」 기획 기사 시리즈
「교황 방문 진단 2」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의미
(※ 한 주간 1 명, 총 635이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