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왓슨의 『 회개(Repentance) 』
– 영혼을 사랑했던 청교도 목회자의 간절하면서도 엄숙한 권면
이지현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회개(repentance)’라는 단어를 종종 듣게 되지만, 이보다 더 막연하게 느껴지는 단어도 없다. 대개 후회하고 자책하거나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한 번 드리는 것 정도를 회개라고 여기고, 그 중요성을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같은 교회를 다녀도 회개에 대한 생각이 각양각색이다. 믿은 지 얼마 안 된 초신자는 ‘예수님께 죄를 회개하며 그분을 구주로 영접했는데, 왜 또 회개해야 하지?’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곤 한다. 한편, 어떤 신자는 회개를 공로처럼 여기면서 잘못된 열심을 내기도 한다. 또 다른 신자는 회개하라는 권고를 율법주의처럼 받아들이며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회개는 예수님을 믿는 믿음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 회개가 올바르게 이루어지지 못하면, 신앙은 모든 면에서 크게 해를 입는다. 심할 경우, 거짓 신자였음이 드러나며 천국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성경 곳곳에는 거짓 회개를 경고하며 참된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사 58:5~6; 욜 2:13 등).
회개를 올바르게 하려면, 참된 회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믿음이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음에서 나듯(롬 10:17), 참된 회개도 올바른 지식으로부터 나온다. 회개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쌓으려면, 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배우면서 회개에 관해 잘 설명해놓은 좋은 신앙 서적을 읽어야 한다.
여러 좋은 신앙 도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토마스 왓슨 목사님의 『회개』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간결하지만, 깊이 있게 회개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훌륭한 안내서이다.
이 책은 총 12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전개된다. 첫 번째는 참된 회개와 거짓 회개를 비교하고, 두 번째는 참된 회개가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세 번째는 회개가 왜 필수적인지를 제시하며 회개할 동기를 강하게 부여하고, 네 번째는 참된 회개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 기준을 제시한다. 마지막에는 회개의 방해물이 되는 것들을 열거하면서 회개하는 데 도움이 될 지침을 제시한다.
이 책이 ‘회개’라는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딱딱하고 무거워서 제대로 읽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문장이 무척 간결한 데다, 장마다 소제목이 여러 개 달려 있어서 내용을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다.
게다가 곳곳에 재미있고 적절한 비유가 넘쳐나서 지루하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는 영혼을 사랑하는 왓슨 목사님의 절절한 마음이 깊이 배어있다. 마치, 아버지가 어린 자녀를 사랑으로 훈계하듯, 독자들에게 간절하고도 엄숙하게 회개하기를 촉구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라는 서문(序文)이었다. 서문 전체를 다 소개하고 싶지만, 지면 때문에 일부만 인용해본다.
「오늘날 성도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두 가지 큰 은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믿음과 회개입니다. 이 둘은 성도가 하늘나라로 날아가는 데 필요한 두 날개입니다. 믿음과 회개는 에너지와 수분이 우리의 육신을 보전함과 같이 영적 생활을 보전합니다. 내가 여기서 논의하고자 하는 은혜는 회개입니다. …(중략)…
그리스도인들이여! 당신들은 다른 일들에 대해서는 비분강개하면서도 죄에 대해서는 왜 딴청을 부립니까? 세상적인 눈물은 땅에 떨어지지만 경건한 눈물은 병에 담겨집니다(시 56:8). 거룩한 눈물을 부질없다 판단하지 마십시오. 터툴리안은 자기가 태어난 것은 회개하는 것 외에 다른 아무 목적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죄가 익사해야 하느냐 아니면 영혼이 불타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행여 회개가 어려운 것이라 말하지 마십시오. 훌륭한 일들은 수고할 가치가 있습니다. 땀 흘리는 일이라 하여 금광에서 금을 캐는 일을 마다하겠습니까? 어렵게 하늘나라에 가는 것이 쉽게 지옥에 가는 것보다 낫습니다. 지옥 정죄를 받은 자가 무엇을 주고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사자를 보내사 자기의 회개에 대해 긍휼을 선포하시게 하겠습니까? …(중략)…
그러므로 오늘로 우리의 회개하는 날이 되게 하십시오. 어떻게 하면 우리는 자기들의 영혼을 괴롭게 하면서 자기들의 육욕을 희생시켰던, 그리고 흰 옷을 바라고 베옷을 입었던 옛 성도들을 본받겠습니까? 베드로는 눈물로 스스로 세례를 받았으며, 저 경건한 파울라 부인(제롬이 그녀에 대해 적고 있음)은 극락조처럼 죄를 슬퍼하며 스스로 겸비하였습니다.
우리 자신의 개인적인 실책과 이 땅의 통탄스런 상태가 우리의 눈물을 요구합니다. ……바람이 하늘 사방에서 불어오고 있을 때 우리는 돛대 위에서 잠자고 있겠습니까? 아! 네 눈동자로 쉬게 하지 말지어다(애 2:18). …(중략)…
다만 하나님께서 이 저술에 축복을 더하시고 이 화살을 바로 향하게 하셔서 비록 무턱대고 쏘았지만 이것이 표적을 맞히게 하옵시며, 그로 인해 얼마간의 죄가 맞아 죽게 하옵소서 하는 것이 나의 열렬한 기도가 될 것입니다.
당신의 영혼의 행복을 비는 자, 토마스 왓슨
1668년 5월 2일」1
사실, 목사님의 추천으로 구입했던 터라 조금은 의무감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하지만 서문을 읽으면서 그런 의무감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회개가 무엇이며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렇게 열정적이면서도 강력하게 선포하는 설교나 강의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참된 회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회개가 신앙생활에 그토록 필수적이며 유익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책 안에는 통찰력을 주는 신앙의 지혜도 풍성하게 담겨 있어서, 영적으로 어린아이와 같은 내게 여러 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서 회개를 올바른 관점으로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유익했다. 그 전까지는 회개하라는 말에 막연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회개가 얼마나 신앙에 유익하고 좋은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위험한 장애물도 있긴 하지만, 회개는 그 모든 것을 기꺼이 감내할 만큼 복되고 은혜롭다. 신자가 하나님의 은혜로 참된 회개를 하면, 그 영혼은 주님 안에서 참된 자유와 평안과 행복을 누린다. 왓슨 목사님의 말씀대로, “회개는 석류나무로 싹 나게 하며 포도나무로 탐스런 포도송이를 주렁주렁 열리게 하여 번성하게 한다.”2
교회를 다니는 모든 분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교회 안에서는 ‘회개’라는 단어를 듣기조차 쉽지 않다. 교회는 그만큼 생명 있는 참 신앙에서 멀어지고 있다. 참으로 슬프고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디, 한 분이라도 왓슨 목사님의 이 책을 읽고, 참된 회개의 은혜를 누리면서 복된 신앙생활을 하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각주
1 토마스 왓슨, 『회개(Repentance)』, 이기양 옮김, CLC, 2012, pp. 5~8.
2 같은 책,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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