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로이드 존스의 『 전쟁과 하나님의 주권(Why Does God Allow War?) 』
– 시련과 위기를 겪는 그리스도인에게 주는 성경적 권면 –
이지현
작년부터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내심 ‘이러다가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하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그 전에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리라는 예측이 꾸준히 제시되었지만, 1993년 이후 이렇게까지 상황이 심각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작년 4월과 8월 무렵에는 미국이 대북 군사작전을 감행하리라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져나가서 많은 사람들이 비상물품, 금, 달러를 사고 비행기 표를 준비하는 등, 혹시 모를 사태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도 했다.
현재는 평창 동계 올림픽 때문에 다소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사태의 본질이 바뀐 게 없어서 많은 외신이 올림픽이 끝난 뒤에 급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반도는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에 사는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질문하면, 아마 대부분은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드려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롭게 문제가 해결되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답변할 것이다. 물론, 이런 기도는 좋은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이 간절히 기도했는데도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개 여기까지는 잘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일이 정말로 일어난다면, 수많은 한국교회 신자들은 큰 영적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기독교 신앙에 회의를 가지거나, 하나님을 원망하면서 교회를 떠나는 사람도 나올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과연 옳은 것일까?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 믿음의 선배들도 크고 작은 시련을 숱하게 겪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탁월한 하나님의 일꾼이 사역하던 시기에도 전쟁 때문에 신앙을 등지는 일이 벌어졌음을 보게 된다. 그때, 믿음의 선배들은 어떻게 믿고 가르쳤으며 행동했을까? 그걸 정확하게 말해주는 좋은 신앙 서적이 있다. 바로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님의 『 전쟁과 하나님의 주권 』이라는 설교집이다.
로이드 존스 목사님이 웨스트민스터 채플에서 사역하고 계실 때,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1939년 10월부터, 로이드 존스 목사님은 다섯 차례에 걸쳐 전쟁에 관해 설교하셨다. 이 연속 설교는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어, 두 달 뒤인 12월에 설교집으로 출판되었다. 초판 서문에서, 로이드 존스 목사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저는 한 편의 논문을 쓰거나 수필집을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회중들에게 전해진 이 메시지들을 통해 이처럼 위태로운 날들을 살아가는 이들이 도움을 얻고 믿음이 강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또한 동일한 소망으로 더 많은 대중에게 이 책을 내놓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책을 기쁘게 사용하셔서 독자들을 복되게 하시기를 기도합니다.1」
이 책은 서문에서 말한 그대로, 위기에 처한 그리스도인에게 성경적인 권면과 위로를 주고 있다. 그저 달래거나 어르지 않고, 성경에 근거해 먼저 우리의 신앙이 하나님 앞에서 올바른지를 차근차근 짚어 준다. 그래서인지 첫 설교부터 ‘기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당시에도 많은 영국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께 전쟁을 막아달라고 간절히 기도드렸지만,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말았다. 그러자 기도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숱한 의심과 불평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첫 번째 설교에서는, 그들의 기도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지적하면서 하나님께 응답받는 올바른 기도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그런 다음, 두 번째 설교에서는, 삼손의 부모인 마노아와 그의 아내의 신앙을 대조하면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참된 신앙으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세 번째 설교에서는, 하나님의 섭리를 의심하는 질문에 답하면서 선하고 완벽한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를 믿으라고 권면한다.
네 번째 설교에서는, 잘못된 전쟁관(戰爭觀)을 지적하고 성경적 전쟁관을 제시하며 회개를 촉구한다.
마지막 설교에서는, 위로에 대한 성경적 관점을 제시하고, ‘모든 일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그리스도인에게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알려주며 위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그리스도인이 생각 외로 하나님이 아닌 자기중심적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참된 기독교 신앙은 창조주이자 구속자이신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다. 결코 타락한 인간의 만족을 추구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많은 신자가 하나님의 사랑을 오해하여, 하나님께서 자기를 무조건 도와주셔야 한다고 여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편안하고 좋을 때는 경건한 신앙을 가진 것 같아 보이지만, 갑작스럽게 큰 어려움이 닥쳐오면 금세 신앙을 부인하고 교회를 떠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들은 분명히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돌밭에 뿌려진 씨앗’과 같은 신앙을 갖고 있다.
또한, 성경 말씀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용하지 못하는 일이 기독교 신앙의 큰 장애물임을 알게 되었다. 의외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을 잘 알지 못한다. 하나님께서 항상 선하고 의로우며 자비로운 분이심을 잘 믿지 못한다. 각 사람과 온 세계의 통치자가 하나님이심을 그렇게 인식하지 못한다. 하나님께서 그분의 거룩함과 영광을 위해 일하시며, 악한 일조차도 다스리심을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금방 하나님을 의심하고 원망하며 잘못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런 일은 하나님에 대한 모독이자, 참된 신앙을 모른다는 증거이다. 이런 악에서 벗어나려면, 항상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그 진리를 토대로 모든 것을 판단해야 한다. 특히, 큰 위기와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는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결론에 빠져 믿음에서 파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예전에 겪었던 개인적인 어려움과 현재 겪고 있는 불안정한 시국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몇 년 동안 깊은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힘들어했지만, 돌이켜 보니 거기에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있었다. 하나님의 사랑 덕분에 그 모든 어려움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었다.
현재의 불안정한 시국도 마찬가지이다. 1년 넘게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참된 신앙과 기독교 세계관과 바른 인성(人性)이 왜 중요한지를 깊이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에 속한 것보다 매사에 하나님의 나라를 사모하는 쪽으로 점점 나아가게 되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살든지 죽든지 겸손히 하나님을 의지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훌륭한 권면과 위로를 준 유익한 책이었다.
이 책은 원제목처럼 ‘왜 하나님께서 전쟁을 허용하시는지(Why Does God Allow War?)’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신자에게 정확한 성경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 가르침은 비단 전쟁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시련이나 고난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여러 위기와 시련으로 고통을 받는 분들이 하나님 안에서 모두 잘 극복하고 승리하시기를 바란다.
각주
1 마틴 로이드 존스 『 전쟁과 하나님의 주권(Why Does God Allow War) 』, 이광식 옮김, 지평서원, 2010, p.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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