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넬리스 프롱크의 『 도르트 신조 강해 』
– 하나님의 주권적인 구원에 대한 아름답고도 장엄한 선포 –
이지현
몇 년 전에 ‘칼빈주의 5대 교리’를 처음으로 배웠다.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교회를 다녔지만, 이런 교리가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 교리를 배울 때, 머릿속에 들어온 것은 영어 약자인 ‘튤립(TULIP)’뿐이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꽃 이름과 똑같았기에 그 약자만큼은 기억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 무렵, 자주 다녔던 시립 도서관에서 한 달간 책을 빌려주는 행사를 했다. 빌려볼 만한 책이 있을까 하면서 둘러보던 중,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내용인지 보려고 책을 집어 들고 조금 읽어 보았다. 앞부분만 조금 읽었을 뿐인데도 내용이 참 인상 깊게 다가왔다. 서문과 첫 장을 다 읽고 나자, ‘이 책은 한 달 동안 빌려볼 만한 좋은 책이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
이 책은 도르트 신조의 핵심인 5대 교리를 설교의 형태로 총 30장에 걸쳐서 설명한다. ‘인간의 전적 타락(Total depravity)’, ‘무조건적 선택(Unconditional election)’, ‘제한 속죄(Limited atonement)’, ‘불가항력적 은혜(Irresistible grace)’, ‘성도의 견인(Perseverance in the faith)’으로 이루어진 5대 교리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선택(다른 말로 하면 예정)’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그러다 보니, 이 ‘칼빈주의 5대 교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와 비판을 받는다. 이 책은 그러한 거부감과 비난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아주 쉽고도 분명하게 지적한다.
그리고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역사가 어떠한지도 분명하고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하나님께서는 매우 선하셔서 죄인들 가운데 일부를 구원하시려고 독생자 예수님을 내어주셨으며, 그렇게 구원하신 백성들을 영원토록 지켜주신다.
또한, 매우 의로우셔서 끝까지 복음을 믿지 않는 죄인들을 정의롭게 심판하시며 영원히 형벌을 내리신다. 하나님께서는 이 모든 일을 그분의 영광을 위해 창세 전에 결정하셨고, 지금도 계획하신 그대로 행하고 계신다.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선택 교리에 대해 잘못된 반응을 보인다. 만약 선택 교리를 불쾌하게 여긴다면, 그는 자신이 전적으로 부패한 죄인임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도리어 하나님을 불의한 분으로 여기는 것이다. 만약 선택 교리를 무서워하며 거부한다면, 그는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가 얼마나 풍성한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선택 교리를 가지고 예수님을 믿지 않은 것에 대해 핑계를 대려고 한다. 하나님 앞에서 그런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는 복음을 듣는 모든 사람에게 회개하라고 하셨다. 그 말씀에 순종하지 않아 멸망한다면, 그 책임은 하나님이 아닌 사람에게 있다. 선택의 교리는 하나님의 은혜로우심과 공의로우심을 풍성하게 잘 드러낸다.
그런 면에서, 아르미니우스주의는 겉으로는 경건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성모독적인 사상이다. 성경이 증거하는 인간의 전적 타락과 원죄를 믿지 않고, 구원을 결정하는 주체를 하나님이 아닌 사람에게 넌지시 돌리기 때문이다. 또한, 성도의 견인 교리를 아주 위험한 교리라고 오도(誤導)하여, 수많은 성도들이 구원의 확실함을 의심하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모든 설교문이 복음 전도 설교 같았다는 점이었다. 프롱크 목사님께서는 설교를 듣는 다양한 청중들에게 맞추어 선택 교리의 여러 가지 의미를 설명해주신다. 초신자이거나 아직 믿음이 약한 사람들은 따뜻하게 붙잡아 주시고, 확실하게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격려하여 더욱 신앙의 열심을 내게 하시며, 믿음을 거부하고 회피하는 사람들은 그 어리석음을 정확하게 지적하면서 책망하신다. 그러면서도 모든 설교를 ‘은혜가 풍성하신 그리스도께로 속히 나오라’는 내용으로 마무리하신다.
많은 사람들이 개혁주의 신앙은 딱딱하고 차가우며 은혜가 없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선입견이 완전히 깨지게 될 것이다. 오히려 개혁주의 교리를 알아야만 주님의 양 떼를 잘 돌볼 수 있고, 영혼 구원의 열심을 품을 수 있으며, 복음을 대적하는 자들의 주장을 지혜롭게 반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원 얻는 참된 믿음이 없는 것 같아 고민하고 있었는데 참으로 큰 위로를 받았다.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유기 교리를 적용하는 설교였다. 프롱크 목사님께서는 도르트 신조 제16~18항을 설교하시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첫째로 그리스도에 대한 살아 있는 믿음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중략) 그리스도에 대한 살아 있는 믿음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예배에 신실하게 참여하며 은혜의 방편들을 부지런히 사용합니다….(중략) 하지만 다른 이들이 말하는 그리스도에 대한 확신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으며,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는 확신도 아직 없습니다. 또한 때때로 소망을 품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볼 때면 감히 자신들이 구원받았다고 결론 내리지 못합니다….(중략) 당신은 유기자에 속할지도 모른다는 비밀스러운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유기자라고 결론을 내릴 만한 근거가 있습니까? 우리 도르트의 선조들은 답합니다. “없습니다!” 이런 선택의 열매들을 아직 경험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그것들을 통해 이러한 은혜를 우리 안에 역사하시기로 약속하신 방편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유기에 대한 언급에 결코 놀라거나 자신을 유기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또 우리 선조들은 조언하기를 “오히려 계속해서 방편들을 부지런히 사용하면서, 풍성한 은혜의 때를 간절히 원하며, 경외함으로 겸손히 그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합니다….(중략) 오랫동안 교회에 나가고,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찬송하고, 은사로 섬겨도 영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아 아무 소용 없다고 생각하고 낙담합니까? 낙담할 까닭이 전혀 없습니다….(중략)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백성을 선택하셨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을 구원하시는 목적을 이루시는 방편도 역시 정해 놓으셨습니다. 이런 방편에는 기도하는 것과 성경을 상고하는 것과 예배에 규칙적으로 참석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부지런히 찾는 자만이 천국에 들어갈 것입니다….(중략)
하나님께서 기도하며 방편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복 주시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하나님께 대한 헛된 소망이나 바람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눅 11:9)”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아직 받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가 유기자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마귀는 이런 생각을 우리 마음에 심습니다. 마귀의 말을 듣지 말고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십시오.」1
이 권면을 읽으면서 용기를 얻었다. ‘그래, 이럴수록 더욱 예수님께 나아가야겠다. 그럼 나도 언젠가는 주님께서 주시는 풍성한 구원의 은혜를 입을 수 있겠지.’ 결국, 나중에 하나님의 은혜로 정말 그런 복을 누리게 되었다!
대출 기한이 다 되어 반납한 뒤에도, 이 책을 잊을 수가 없었다. 영적으로 갓난아이 같았던 나를 참으로 자상하게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살 기회가 생기자, 망설임 없이 바로 샀다. 지금도 이 책을 산 것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구원을 진지하게 추구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처음 읽을 때는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반발심과 분노를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도하면서 계속 읽으면, 결국 하나님의 은혜로 마음이 겸손해지면서 유일한 피난처 되신 그리스도께로 힘써 피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은혜로 구원을 받은 후에는, 기꺼이 하나님의 은혜만 높이고 자기를 철저히 부인하여 하나님께 진정으로 영광을 올려드릴 수 있을 것이다.
각주
1 코르넬리스 프롱크, 『도르트 신조 강해(Expository sermons on the Canons of Dort)』, 황준호 옮김, 그책의사람들, 2012, pp. 1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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