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C. 라일의 『거룩』
(원제: Holiness)
박인애
Ⅰ. 저자 소개
J. C. 라일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빛낸 위대한 복음주의자로서, 그의 후임자는 라일을 “대단히 올곧으면서도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평가했다. 철저한 청교도 개혁주의 노선을 따라 복음의 교리를 굳게 믿고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았으며, 오직 복음만이 인간을 거듭나게 한다는 진리를 강력하게 설파하였다.
라일은 신앙에 관해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책을 많이 펴낸 저술가이자 열정적인 설교자요 충실한 목회자였다. 그가 저술한 책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 걸쳐 영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청년에게 전하는 글 (Thoughts for young men), 지평서원』, 『사복음서 강해 시리즈, CLC』, 『옛길 (Old paths), CLC』 등이 있다.
Ⅱ. 도서 요약
이 책은 ‘거룩함’에 관한 라일의 주요 논문과 설교 20여 가지를 모아놓은 책이다.
1. 서론
회심한 사람은 은혜 안에서 계속 성장하면서 앞으로 나가야 하며, 매년 자기 영과 혼과 몸을 그리스도께 더욱 헌신하고 바쳐야 한다. 이런 일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독려하는 것은 지혜롭고 안전한 일이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성경이 진정 무엇을 가르치는지를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서는 확고하고 굳은 신앙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신이 듣고 있는 것이 과연 참된 것인지 한순간도 생각해보지 않은 채로, 새로운 음성과 교리를 찾아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그들은 감정적이고 자극적이며 선동적인 교훈을 끊임없이 갈망한다.
2. 죄(Sin)
“죄를 짓는 자마다 불법을 행하나니 죄는 불법이라.” (요일 3:4)
기독교에서 말하는 거룩함에 관한 올바른 견해를 얻기 원하는 사람은 먼저 죄라는 방대하고도 엄숙한 주제를 고찰해봐야 한다. ‘거룩함’에 관한 그릇된 견해는 대체로 인간의 타락을 잘못 이해함으로부터 말미암았다고 볼 수 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로 만드실 때 가장 먼저 하시는 일은 그 사람의 마음을 조명하셔서,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게 하시는 것이다. 창세기에 기록된 바와 같이, 물질 세계의 창조는 ‘빛’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고 영적인 창조 역시도 ‘빛’과 함께 시작된다. 하나님의 성령께서 우리 마음에 ‘빛’을 비추어주심으로써, 비로소 신령한 생활이 시작된다(고후 4:6).
우리는 죄라고 부르는 인간의 커다란 도덕적 질병이 미치는 영향과 그 정도와 관련하여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를 위해 예비된 유일한 보호책(保護策)은 성경에 있다.
“인간의 마음에 있는 모든 생각은 본래 항상 악할 뿐이며……” (창 6:5)
“만물보다 심히 거짓되고 부패한 것은 마음이다.” (렘 7:9)
죄는 우리의 모든 도덕적 성품과 정신적 기능을 관통하여 흐르면서 퍼져가는 질병이다. 우리의 오성(悟性), 애정, 추리력, 의지 등은 모두 죄에 감염되어 있다. 우리의 양심까지도 눈이 멀었으므로, 우리는 우리 양심을 확실한 안내자로서 의지할 수 없다. 성령의 조명을 받지 못하면, 사람은 옳지 못한 것을 옳은 것처럼 여길 수도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하신 고난과 그 대속의 교리만큼 죄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 죄는 무서울 정도로 엄청난 빚이기에 오직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피만이 그 죗값을 배상할 수 있었다. 인간의 죄가 너무나 크고 무거웠기에,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고민하며 피땀을 흘리셨고, 골고다에서는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 27:46; 막 15:34)?”라고 외치셨다.
우리는 하나님 보시기에 매우 악하고 부패한 피조물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중생(重生), 신생(新生) 또는 회심(回心)이라고 불리는 마음의 전적인 변화가 꼭 필요하다. 물론 우리가 아무리 좋은 상태에 있다고 해도, 많은 결점과 불완전함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고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은 죄를 생각하면, 우리는 밤마다 세리처럼 가슴을 치면서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옵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눅 18:3).”라고 외쳐야 한다. 우리는 많은 빛으로 더 나아갈수록 그만큼 더 자기의 죄악 됨을 보게 되며, 하늘나라에 가까이 갈수록 더욱 경건함으로 옷 입게 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의 복음을 주신 것을 크게 감사해야 한다. 그 복음에는 이러한 인간의 궁핍함을 위한 치료책이 인간의 질병만큼이나 넓고 깊게 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3. 거룩함(Holiness)
“거룩함을 좇으라 이것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하리라.” (히 12:14)
위의 말씀은 ‘실질적인 거룩함’이라는 대단히 중요한 주제에 관해 말하고 있다. 이 말씀은 모든 신자의 주의를 환기하는 문제, 곧 “우리는 과연 거룩한가, 우리는 장차 주님을 영광 중에 뵙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이 문제는 지위와 처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과 관련이 있다. 이 세상에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지식인과 무식한 사람, 주인과 종이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 거룩하지 않아도 되는 지위나 처지가 있는가?
1) 참되고 실질적인 거룩함의 본질
거룩함이란 성경에 묘사된 하나님의 마음과 같은 마음을 품는 것이다. 즉, 하나님의 판단에 동의하고, 하나님께서 미워하시는 것을 미워하며,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것을 사랑하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표준을 따라 재보는 습관이다.
거룩한 사람은 죄라고 알고 있는 것은 모두 피하며, 하나님의 계명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모조리 지키려고 노력한다. 거룩한 사람은 하나님을 향한 확고한 마음과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려는 진정한 갈망, 세상을 거스르는 것보다 하나님을 거스르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는 태도, 하나님의 길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도의 거룩함이 한순간에 완전하고 성숙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거나, 지금까지 다루어 온 덕목들이 만발하여 왕성해야만 거룩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혀 그렇지 않다. 성화(聖化)는 점점 자라고 발전하는 성질이 있다.
또한 아무리 선한 상태에 있다고 해도, 우리는 늘 불완전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묘사한 성품들을 소유하는 것은 모든 참된 기독교인의 진정한 소원이며 기도여야 한다. 비록 이 땅에서는 그러한 성품들을 완전히 갖추지 못하더라도, 참된 기독교인은 항상 그러한 거룩함을 목표로 한다.
2) 실질적 거룩함의 중요성
거룩함은 왜 중요한가? 바울은 왜 거룩함이 없으면 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는가?
① 하나님께서 분명히 명하신 것이기 때문이다
: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자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 (벧전 1:15-16)
②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신 목표요 목적이기 때문이다
: “저가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으심은 신자들로 하여금 다시는 저희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 오직 저희를 대신하여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신 자를 위하여 살게 하려 함이니라.” (고후 5:15)
③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원의 믿음을 소유하고 있다는 유일하고 진정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 우리가 그리스도와 하나이며 우리 안에 그리스도께서 거하신다는 것을 나타내는 유일한 증거는 거룩한 생활이다.
④ 우리가 진심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한다는 유일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나의 계명을 지키리라.” (요 14:15)
⑤ 우리가 하나님의 참된 자녀라는 유일하고 건전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 “하나님이 너희 아버지였으면 너희가 나를 사랑하였으리니” (요 8:42)
⑥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는 가장 건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 우리의 삶은 모든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침묵의 설교이다.
⑦ 우리가 누리는 현재의 위로는 거룩함에 크게 의지하기 때문이다
: 우리의 칭의(稱義)는 우리의 행위와는 아무 상관 없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시고 택하신 것은 우리의 선한 행위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선행(善行)을 등한히 하거나 거룩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도, 하나님께서 자기를 구원으로 불러주신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로 헛되다.
이 세상에서 거룩하게 살지 않는다면 하늘나라를 누릴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못하다는 뜻과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참으로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진정 주님을 뵙기를 원한다면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기독교인이라는 이름과 기독교에 관한 지식만 갖지 말고 기독교적인 성품을 소유해야 한다.
당신은 거룩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가? 새로운 피조물이 되기를 원하는가? 그리스도와 함께 시작하라. 자기 죄와 연약함을 깨닫고 주님께로 피하지 않는 한, 당신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주님께서는 모든 거룩함의 시작이요 근원이시다. 거룩함에 이르는 길은 믿음으로 그리스도께 나아와서 그분과 연합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자기 백성의 지혜와 의가 되실 뿐만 아니라 거룩함도 되신다. 거룩함은 그리스도에게서 오는 것이고, 그리스도와 연합함으로써 나오는 결과이다. 또한, 참 포도나무이신 그리스도께 붙어있는 살아있는 가지가 맺는 열매이다. 당신은 계속 거룩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그리스도 안에 거하라.
4. 비용(Cost)
“너희 중에 누가 망대를 세우고자 할진대 자기의 가진 것이 준공하기까지 족할지 먼저 앉아 그 비용을 계산하지 않겠느냐” (눅 14:28)
영생에 이르는 그리스도의 길은 즐거운 길이다. 그러나 그 길이 좁으며 면류관을 받기 전에 먼저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1) 참 그리스도인이 되는 데 드는 비용
인간의 죄를 대속하여 지옥의 형벌로부터 구하는 데는, 그리스도의 피 외에 다른 것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그 대가는 그리스도의 죽으심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성경이 제시하는 표준에 따르면, 진정한 기독교인이 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원수와 싸워야 하고 희생해야 하며, 애굽을 떠나야 하고 광야를 통과해야 하며, 십자가를 지고 경주해야 한다. 회심은 사람을 안락의자에 앉힌 채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데려가려는 것이 아니다. 회심은 강력한 싸움의 시작과 같다. 그 싸움에서 이기려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므로, ‘비용을 계산하는 일’은 한없이 중요하다.
독선(獨善), 교만, 자만과 같은 모든 죄와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나쁜 습관들을 다 버려야 한다. 모든 죄를 치명적인 원수로 여기며 모든 거짓을 미워해야 한다. 크든지 작든지, 드러난 것이든지 은밀한 것이든지, 모든 죄를 철저하게 부인해야 한다.
또한, 기독교인이 되려는 사람은 ‘편안함을 사랑하는 태도’를 포기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하늘나라를 향하여 성공적인 경주를 하려는 사람은 크게 수고하고 애써야 한다. 그는 삶 속에서 시간을 잘 사용해야 하며, 자기 성격과 생각과 동기와 언행과 행동을 주의하며 살펴봐야 한다. 그러면서 열심히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주일을 지켜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완전함에 이르지는 못하겠지만, 그중 하나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기독교인이 되려면 ‘세상의 호의’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면 사람들에게서 악평받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들에게서 조롱과 중상(中傷)과 박해를 받으며 미움이 점점 쌓여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독선과 게으름과 세상을 향한 사랑과 같은 죄악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도,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기독교인은 자기와 하늘나라 사역을 가로막는 것이라면 모두 버리려고 해야 한다. 십자가가 없는 싸구려 기독교는 면류관이 없는 무익한 기독교라는 사실이 결국에는 드러날 것이다.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러한 비용을 계산하지 않고 그냥 가다가, 애굽과 가나안 사이에 있는 광야에서 멸망했다. 비용을 계산하지 못했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은 많은 사람이 말씀을 듣고 환호한 지 얼마 안 되어 거의 다 물러가더니, 다시는 주님과 함께 다니지 않았다(요 6:66). 비용을 계산하지 못했기에, 데마는 사도 바울과 복음을 버렸고 그리스도와 하늘나라를 버리고 말았다.
우리가 그리스도께서 우리 구속을 위해 지신 십자가에 관해 이야기할 때에, 자기부인이라는 십자가를 반드시 져야 한다는 사실을 생략하지 말자. 참된 기독교 신앙에 수반하는 환란과 무덤 건너편에 쌓여있는 악인을 위해 예비된 환란을 계산하고 비교해보라. 성경 읽기, 기도, 회개, 믿음 등의 거룩한 생활에는 고통과 자기부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지옥의 하루는 십자가를 지면서 보내는 평생보다 더 바쁘다. 죽지 않는 벌레와 꺼지지 않는 불은 인간의 능력으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고 묘사할 수도 없을 만큼 무시무시하다.
만일 당신이 하나님을 섬기기 위한 고무적인 동기를 원한다면, 내 영혼이 구원받기 위해 오늘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를 생각해보라. 우리의 완전한 구속을 이루기 위해서, 하나님의 아들께서 하늘나라를 떠나 인간이 되시고 십자가에서 고난을 받으신 뒤 무덤에 장사 지낸 바 되셨음을 기억하라. 영생을 소유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배우라. 자기 영혼이 영원히 누릴 생명을 위해 약간의 수고를 하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2) 우리는 용기를 내야 한다
우리는 본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참되고 거룩한 기독교인이 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보상이 있다.
세월은 지극히 빠르게 지나간다. 몇 년만 더 깨어 지키고 기도하며, 몇 번만 더 이 세상의 풍파에 시달리고, 몇 번만 더 계절이 바뀌고 나면 이 모든 것이 다 지나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 싸움을 싸운 뒤에는 더 싸울 필요가 없다. 그리스도의 임재(臨在) 및 그분과 영원히 함께하는 기쁨이 이 세상에서 우리가 당한 모든 고난을 충분히 보상해 줄 것이다.
Ⅲ. 마무리하며
이 책은 하나님의 거룩하심, 인간의 타락과 죄의 비참함, 그리스도의 영광, 칭의와 성화 그리고 성도의 소망을 쉽고도 명료하게 서술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들이 전했던 성경적 복음이 왜곡된 오늘날의 교회에 경종을 울려주는 이 책은 우리에게 참된 복음, 즉 진리의 빛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다.
(※ 한 주간 1 명, 총 1,658이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