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영화비평 (3) 엑소더스
(원제- Exodus: Gods and Kings, 2014)
Geneva Reformed Church 제네바 개혁교회
Reformed Guardian 리폼드 가디언
The Band of Puritans 밴드 오브 퓨리탄스
Geneva Institute 제네바 신학교
오인용 목사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엑소더스(Exodus: Gods and Kings, 2014)’를 기독교적인 관점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특정 시대의 문화가 지향하는 가치를 가장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도구가 바로 영화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영화든지 사람에게 어떤 개념과 가치를 알려주고 강화한다는 사실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영화는 대중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그리스도인이라고 이런 영향으로부터 무조건 예외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영화를 평가하기에 앞서, 꼭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성경에서 내용을 빌려와 만든 할리우드 영화 중에, 성경적인 영화는 결코 없다는 점이다. 할리우드는 계속 성경의 내용을 가져와 영화를 만들고 세상에 보여주겠지만, 그리스도인이 기대를 걸어봄 직한 성경적인 영화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비성경적인 영화를 종교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 반(反)기독교인, 이방 종교인도 함께 본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 중에는 그리스도인이 거의 없다. 리들리 스콧 감독도 종교적이고 신비한 것을 자주 묘사하기는 하나 무신론자다. 그러니 감독이나 작가 중에서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 올바르게 알고 신뢰하면서, 그 내용을 충실하게 그려낼 이가 있기를 기대하기가 심히 어려운 것이다. 그들은 대개 성경을 서구 문명에 대단히 큰 영향을 끼친 고대 종교문학 작품으로 본다. 세속 인문주의자나 역사가라고 해도, 성경이 오랫동안 서구 사람들에게 정신적이고 영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서구 세계의 일반인은 대부분 성경 문맹자 수준으로 전락해버렸다. 수십 년 전, 또는 수백 년 전 사람들과 비교하면,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는 말이 정말 딱 맞다. 교회를 다닌다는 신자와 목사도 그러한 실정인데, 하물며 세상이겠는가? 그러니 성경의 내용을 빌려와 만들었다는 어떤 영화가 성경을 정확하게 반영하여서, 관객들이 성경을 이해하게 도울 수 있으리라는 헛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할리우드는 그저 돈 벌어먹기 위해 대중의 입맛에 맞게 성경을 화려하고 거창하게 각색하여 극장에 올려놓는 데 혈안일 뿐이다. 대중도 그런 영화를 재미와 오락의 하나로 받아들여 즐길 뿐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몇 년 전부터 훨씬 더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사탄은 늘 뒤에서 성경을 왜곡하고 오해하도록 쉴 새 없이 세상을 조종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성경의 내용을 아무리 왜곡하려고 한다 해도, 성경은 진리이기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번에 개봉한 ‘엑소더스’는 세실 B. 데밀 감독의 ‘십계(The Ten Commandments, 1956)’와 대비된다. ‘십계’ 역시도 모세를 주인공으로 하여, 이스라엘의 출애굽을 다룬 영화다. 그러나 세실 B. 데밀은 성경이 말하는 내용을 그나마 어느 정도 이해하고서 그것에 맞게 영화를 만든 반면, 리들리 스콧은 성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실로 엉뚱하기 그지없는 내용으로 줄거리를 엮었다. 만약, 1950년대에 리들리 스콧의 ‘엑소더스’가 개봉했다면, 엄청난 비웃음과 조롱 속에 며칠 못 가 간판을 내리고 말았을 것이다.
적어도 1960년대까지 미국 사람은 대부분 – 행여 교회를 다니지 않더라도 – 출애굽기의 모세 이야기 정도는 성경대로 알고 있었다. 그때의 미국 사람들은 성경을 잘 알지 못하면 교양과 지성이 없는 사람으로 여겼었다. 그러니 감독이 성경을 제멋대로 각색하고 왜곡하는 일을 결코 그냥 넘어갈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엑소더스’를 기독교적인 관점으로 평가해보도록 하자.
A. 이 영화는 모세를 정신적·종교적으로 불안정하고 회의적이며, 하나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없을뿐더러, 감히 하나님과 맞서는 인물로 묘사했다. 영화 속 모세는 성경의 모세와 전혀 닮지 않았다. 이렇게 할리우드는 성경의 인물을 정상적인 사람으로 그리지 않는다. 늘, 위험한 종교적 광신자나 반쯤 미친 사람으로 그려서, 사람들로 하여금 ‘아, 신앙을 가지면 저렇게 위험하고 불안한 사람이 되는구나!’하는 선입견과 거부감이 생겨나도록 세뇌한다.
그러나 영화 속 모세가 오늘날 복음주의 교회에 다니면서 신앙생활 한다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들도 꼭 영화 속 모세처럼 늘 불안정하고 충동적이며, 감히 하나님에게 맞서려는 교만하고 건방진 태도를 보인다. 말로는 신자라고 하면서도 하나님을 경외할 줄은 전혀 모른다. 하나님께서 무어라고 말씀하셨거나 말거나, 그저 자기 입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세속적인 자기 욕구나 해소하려고 교회를 찾아다니고, 자기 마음대로 마구 행동하며 징징댄다. 그렇게 하나님도 자기 마음대로 주물럭거리려는 사람이 바로 그들이 아닌가?
어쨌거나 할리우드 감독과 작가들의 특징은, 우선 성경의 인물을 정신적인 문제가 많은 사람으로 그린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문제가 종교적인 영향을 끼쳐 무언가 신비하고 알 수 없는 존재(신, 神)를 인지하는 단계에 이른다. 그 뒤로 성경의 인물은 그 존재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자리매김한다. 이전에 개봉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노아’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 이 세상이 성경과 하나님, 그리고 우리 그리스도인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또 어떻게 보게 하려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좋은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기도와 예배를 드리는 일을 불안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이성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비합리적이며 충동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그리스도인은 대단히 위험하고 관리가 필요가 사람이라는 인상을 마음에 새겨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할리우드가 성경 영화를 만드는 일이 하나도 달갑지 않은 것이다.
1930~5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는 조금이나마 그리스도인도 함께 공감하고, 사람들에게 영적으로 유익한 감화와 교훈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같이 성경의 내용을 담은 영화들은 오히려 신실한 성도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엑소더스’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 모세를 보고 있자면, 이 영화는 대단히 위험한 반(反)기독교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B.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어처구니없게도 하나님을 어린아이로 묘사한 것이다. 그 어린아이가 하나님이든지 하나님의 사자이든지, 하나님을 직접 연상하게 하는 존재를 어린아이로 그린 일은 하나님의 존엄성을 깔아뭉개는 의미로 볼 수밖에 없다. 이제껏 성경을 다룬 영화 중에, 하나님이나 하나님의 사자를 어린아이로 묘사한 영화는 전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자기 맘 내키는 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충동적인 학살자, 대중 선동가처럼 거친 정서를 지닌 존재로 묘사한 이 영화는, 비(非)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기독교의 하나님을 완전히 오해하게 하여 강한 거부감이 들게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세상을 확 뒤엎으려고 자살폭탄으로 무장한 이슬람 극렬분차처럼 묘사된 하나님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순간에 세상을 멸망하게 할 생각으로 가득하다. 하나님을 싸늘하고 비(非)인격적인 사이코패스 같은 존재로서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더구나 ‘God’를 ‘하나님’ 또는 ‘여호와’로 번역하지 않고, 그냥 신(神)으로 번역하여, 이방 신과 유일한 하나님을 같은 급처럼 여겨지게 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엄청나게 불경건하고 신성모독적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보도록 했다.
그리스도인에게 하나님과 관련한 이 모든 일은 말할 수 없이 불경건하고 신성모독적으로 다가온다. 그만큼 이 영화가 영광스러우신 성경의 하나님을 심각하게 왜곡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듯 사탄은 거룩하고 위대하신 하나님을 완전히 왜곡한 영화를 만들어내는 데 열심을 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영화가 환영받으며 계속 만들어지고 있으니, 사탄의 열심은 분명히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C. 이 영화는 성경의 세세한 내용을 거의 무시하다시피 했다. 시나리오 작가는 정말 엄청나게 망상적인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성경 왜곡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분명히 성경의 세부적인 사실관계가 어떠한가 정확하게 알면서도 그 내용을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해석 과정을 거쳐 전혀 다른 내용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들이 이렇게 고의적으로 성경을 왜곡하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성경의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싫어하고 거부하는 타락한 본성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이렇듯, 서구 세계는 이제 성경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 불신앙인이라도 어느 정도 성경을 존중하고 함부로 대하지 않았던 시절이 완전히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다. 사람이 그 내용에 감히 손을 대고 멋대로 왜곡해서는 안 된다. 성경 속 모든 사건, 인물, 지리, 장소 등은 역사적인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것이다. 이를 믿지 않고 만드는 영화는, 아무리 잘 만들어봐야, 불신앙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또 하나의 불신앙의 교본일 뿐이다.
그 외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저 육신의 향락 거리로 삼아 즐기는 신성모독적이고 비(非)성경적인 불경건한 영화에 굳이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런 영화를 볼 때, 이런 점들은 꼭 주의하면서 보기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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