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정부 진단」 기획 기사 시리즈
「교회와 정부 진단2」 정부의 소명과 역할, 그리고 그 한계선에 관하여
Geneva Reformed Church 제네바 개혁교회
Reformed Guardian 리폼드 가디언
The Band of Puritans 밴드 오브 퓨리탄스
Geneva Institute 제네바 신학교
오인용 목사
▲ 대한민국 행정의 중심인 청와대의 모습
<출처: (CC-BY-SA) Humorahead01, wikipedia>
그리스도인은 정부를 어떤 기관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이 질문은 정부의 소명과 역할을 다룰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기독교가 자리 잡은 지 오래된 서구 지역에서는 많은 이들이 별 어려움 없이 문제의 핵심에 올바르게 접근하고, 건전한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 역사가 극히 짧은 우리나라에서는 안타깝게도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 정부와 교회의 관계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심각하게 잘못된 견해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은, 국가1와 교회의 관계가 서로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성경은 정부를 타락한 이 세상의 질서 유지를 위해 하나님께서 세우신 하나의 신적 기관이라고 가르친다.
즉, 국가 통치 체계는 사람이 자기 지혜를 따라 고안해낸 사람의 발명품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타락한 이 세상에 베풀어주신 선한 선물이다. 사람들은 그러한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 안에서 정부 기관을 수립하고, 논의와 합의를 통해 각종 법을 제정하며, 그 법을 시행하여 사회 질서를 올바르게 유지해나가게 된다.
그러므로 무정부주의자(아나키스트)나, 기타 나라의 정당한 권력 집행을 거스르고 저해하는 일을 하는 이들은 분명히 반(反)기독교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자기 기능을 멈추면 사회, 국가, 공동체는 도덕적 해이(解弛)로 인한 무질서, 난폭함, 무법한 행동 등으로 얼룩져 모두가 살기 힘든 곳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악한 정부라도 있는 편이 없는 것보다는 더 낫다는 말이 세상에 널리 통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러한 자기 역할의 한계 범위를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즉, 정부는 모든 문제를 다루고 해결할 수 있는 전능한 기관이 아니다. 정부를 구성하고 이끌어 가는 이들은 타락한 본성을 지닌 사람이므로,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리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그러므로 정부는 건전한 사회 질서 유지에 초점을 두고 나라를 다스려야 하며 그 이상의 일, 곧 특정 종교를 억압하고 제한하거나 국교로 삼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구약 성경에는 신정국가(神政國家)인 유다, 이스라엘 왕국이 나온다. 하지만 그 부분은 구속사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지, 현대 국가 제도와 관련 있는 부분은 아니다.
오늘날 이 세상의 어떤 나라도 특정 종교를 의무적으로 믿어야 한다고 강제하거나, 교회가 하는 일(전도, 선교, 집회 등)을 함부로 간섭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그런 부분에까지 관여하지 말고, 모든 종교가 각자의 일을 해나갈 수 있게 허용해주는 법적, 행정적 장치만 마련해주면 된다.
정부가 교회의 예배, 전도, 선교 등을 제도화하여 국가 사무의 일부로 편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교회도 자기 영향력을 더 크게 하려고 정부에 그런 종류의 일을 해달라고 요청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모든 사람이 마음 놓고 안전하게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반을 만들고 관리하는 일에만 충실하면 된다. 법의 기초 취지를 잘 살려 집행하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기 권리를 충분히 누리는 공평한 사회가 되게 하고, 흉악범을 격리하여 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하고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자기 한계선을 넘어서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자기 한계선을 넘기 시작하면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교회에도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좋은 정부란 악인을 제어하여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는 일에 충실하고, 그 이상의 일에 나서지 않는 정부를 말한다. 그런 정부가 다스리는 국가와 사회에서는, 교회가 다른 일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주어진 복음의 일에 훨씬 더 많이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나라와 사회일수록 복음으로 말미암는 하나님의 선하신 축복과 섭리하심을 더 많이 누리게 될 것이다.
각주
1 정부와 국가는 같은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해두기로 하자.
「교회와 정부 진단」 기획 기사 시리즈
「교회와 정부 진단2」 정부의 소명과 역할, 그리고 그 한계선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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