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 박물관 탐방기 – 칼빈과 기독교 강요」 시리즈
칼빈 박물관 탐방기 (3-2) 칼빈과 기독교 강요 – 『기독교 강요』, 사도신경의 순서를 따라 성경의 가르침 전반을 체계적으로 설명한 기독교 역사상 최고의 걸작품
김수용
이번 편에서는 칼빈 선생님이 많은 고난과 역경 가운데 집필한 『기독교 강요』의 구성과 내용이 어떠한지를 간략하게나마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정말 이 글을 써야 하나, 그래도 괜찮을까?’ 하면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아직 이 책을 배우는 중인데다, 책의 내용이 상당히 깊고 방대해서 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성도가 제대로 다루기는 조금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에, 이 탐방기를 쓰게 된 본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고 다시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탐방기는 전문가의 식견과 안목으로 칼빈 선생님의 생애와 사상을 깊이 있게 살펴보고 평가하는 글이 아닙니다. 여러분과 똑같은 평범한 신자가 그분이 물려준 선한 신앙 유산을 다른 분께 소개해드리는 글입니다.
그러니 그 정도 수준에서 글을 쓰면,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을 듯했습니다. 물론, 신학을 전공하고 『기독교 강요』를 깊이 연구하신 분들의 글에 비하면 어린아이 같은 부족함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부족함은 독자분들께서 칼빈 선생님의 생애와 사상을 각자 더 깊이 있게 공부하며 채워나가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자, 이번에는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찾아왔습니다. ‘일반 성도가 이 책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와 같은 일반 성도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하면서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기독교 강요』를 읽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던 책 한 권이 생각났습니다. 그 책에 나온 『기독교 강요』의 굵은 뼈대를 발췌해 옮기면서 간략한 설명을 곁들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많은 분이 책의 전체 흐름을 알게 되어, 『기독교 강요』를 읽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칼빈과 기독교 강요 (3)
– 『기독교 강요』의 구성과 간략한 내용 소개
『기독교 강요』는 기독교 역사상 영적인 깊이와 능력에 있어서 가장 탁월한 걸작으로 손꼽힙니다. 『기독교 강요』가 세상에 나오자, 사람들은 “사도 시대 이후, 가장 명석하고 논리적이며 확신 넘치게 기독교 교리를 변호했다.”라고 예찬했습니다. 이러한 찬사가 쏟아졌던 만큼, 로마 카톨릭 교회의 반대도 아주 강력하게 나타났습니다. 즉시, 이단자의 코란이니 탈무드니 하며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고, 파리나 그 밖의 지역에서는 책을 불태워버리는 일도 일어났습니다.1
그렇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세상에 나타난 『기독교 강요』는 무려 23년 동안 끊임없이 수정, 증보되어 결국, 총 4권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책이 되었습니다. 1559년에 발행된 최종판은 제1권 18장 160항, 제2권 17장 251항, 제3권 25장 382항, 제4권 20장 494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 가장 분량이 많은 책은 제4권이고, 제3권, 제2권, 제1권이 그 뒤를 따릅니다.
『기독교 강요』는 「사도신경」의 순서를 따라 전개됩니다. 즉, 제1권은 창조주 하나님, 제2권은 구속주 하나님, 제3권은 성령 하나님, 제4권은 교회에 대해 다룹니다. 이처럼, 『기독교 강요』는 기독교가 근본적으로 무엇을 믿고 가르치는지를 전체적으로 설명한 책입니다.
각 권을 조금 더 자세하게 소개해보겠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제1권은 ‘창조주 하나님’에 대해 다루며, 책 제목은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지식>입니다. 세부적으로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의 중요성(1~5장), 하나님의 계시의 도구로서의 성경(6~12장), 하나님의 본질: 삼위일체(13장),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14~18장)를 다룹니다.
제1권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자기 자신을 아는 지식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아는 것과 그 앎의 목적이 무엇인지 설명합니다. 그런 다음, 하나님께서 사람 속에 하나님을 아는 (주관적) 계시, 곧 ‘종교의 씨앗’을 심어주셨으므로, 자기가 종교적인 존재임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또한, 이 종교의 씨앗이 죄와 타락으로 제 기능을 다 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오직 성경을 통해서만 하나님을 올바르게 알고 섬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그러므로 성경 외에 다른 계시를 통해 하나님을 알고 섬기게 되었다고 하는 자들은 사실, 하나님이 아닌 우상을 숭배하는 이들입니다.
그리고 성경이 신뢰할 만한 하나님의 특별한 계시라는 사실은 (교회에 의해서가 아니라) 성령의 증거로 확증되는 것임을 알려주고, 오직 성경만 증거하는 ‘창조주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런 다음, 창조 당시의 사람이 어떠했는지를 알려주고, 창조 세계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작정에 대해 가르쳐줍니다.
제2권은 구속주 하나님, 즉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을 다루는데 책 제목이 조금 깁니다. 제2권의 제목은 <처음에는 율법 아래서 조상들에게 알려지시고, 다음으로 복음 안에서 우리에게 계시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속자 하나님에 대한 지식>입니다. 세부적으로는 타락한 인간(1~5장), 율법과 복음에 계시되신 구속자 예수 그리스도(6~11장),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12~17장)을 다룹니다.
제2권은 첫 사람 아담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아 타락했으며, 그 일로 말미암아 인류 전체가 타락하고 본성이 부패하게 되었음을 설명하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타락한 사람들 위에는 하나님의 진노가 머무르고 있으며, 그들은 그 죄와 진노에서 구원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그런 다음, 하나님께서 세상에 보내신 중보자, 곧 그분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바로 영생의 원천이라는 것과 하나님을 믿고 섬기려면 예수 그리스도를 반드시 믿고 따라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이 은혜의 계시를 구약 시대부터 이미 풍성하게 베푸셨으므로, 구약의 백성들도 율법 가운데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믿어 구원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다음에는 참 하나님이며 참 인간이신(성육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어떻게 선지자, 왕, 제사장의 직무를 감당하셨으며, 구속과 중보의 사역을 완수하셨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줍니다. 십자가 고난과 죽으심, 장사 되심, 지옥에 내려가심, 부활하심, 승천하심, 아버지 하나님 오른편에 앉으심 등이 어떤 의미인지, 그 의미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알려줍니다.
그래서 제2권을 읽으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로 우리가 깨끗해지고, 그분의 죽으심으로 우리 죄가 대속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와 함께, ‘하나님의 은혜’는 사람의 선함과 공로가 아닌, ‘그리스도의 공로’와 연결된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 종교개혁이 진행되던 당시 상황을 풍자한 그림입니다.
– 저울 왼팔에는 교황의 각종 소품을 올려놓고, 오른팔에는 성경 하나만 올려놓고 있는데도, 저울이 오른쪽으로 완전히 기울어 있습니다.
즉, 로마 카톨릭 교회의 전통과 관습이 진리가 아니라 성경이 진리임을 뜻합니다.
제3권은 성령 하나님에 대해 다루며, 책 제목은 <그리스도의 은혜를 받는 방법: 우리에게 어떤 유익이 오며, 어떤 효력이 뒤따르는가>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성령의 역사와 신앙(1~5장), 그리스도인의 삶(6~10장), 이신칭의(11~19장), 그리스도인의 기도(20장), 예정론(21~24장), 부활론(25장)에 대해 설명합니다.
제3권에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은 중생과 성결한 삶에 관해 먼저 설명한 뒤에, 이신칭의(以信稱義) 교리를 설명하는 순서를 택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받는다는 가르침이 결코 선한 삶과 행위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2
제3권은 성령 하나님의 역사와 참된 믿음에 대해 알려줍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성령님께서 역사하실 때 비로소 우리에게 실질적인 유익이 되고, 구속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깨닫는 믿음도 같은 방식으로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또한, 참된 믿음에서 흘러나오는 진정한 회개와 계속 회개하며 사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에 대해 가르쳐줍니다.
특별히,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이 무엇인지 깨우쳐준 다음에야 비로소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 이신칭의 교리에 대해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 법정적인 선언에 기초한 그리스도인의 자유에 대해 알려줍니다. 그런 다음, 신앙생활의 중요한 요소인 기도에 대해 알려주고, 예정론과 부활에 대해 가르쳐줍니다.
제4권은 교회와 국가에 대해 다루며, 책 제목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리스도의 공동체로 초청하시며 거기에 머물게 하시는 외적인 수단 혹은 방법>입니다. 세부적으로는 교회의 본질과 통치(1~7장), 교회의 권세(8~13장), 성례론(14~19장), 시민 정부 혹은 국가 통치(20장)에 대해 설명합니다.
분량이 가장 많은 제4권은 성도가 예수 그리스도와 교제하며 계속 머무르게 하는 외적인 방법이자 기관인 교회에 대해 알려줍니다. 즉, 참 교회와 거짓 교회는 어떠한지, 교회의 권세가 무엇인지 올바르게 알려주면서 로마 카톨릭 교회가 교황 제도를 통해 권세를 남용하는 일 등을 비판합니다. 그리고 교회가 은혜의 수단으로 시행하는 성찬과 세례에 대해 올바르게 알려주면서, 로마 카톨릭 교회의 거짓된 칠 성례를 비판합니다. 또한, 하나님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 가르쳐줍니다.
▲ 칼빈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석고상
– 전 세계에 네 점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상으로, 간략하게나마 『기독교 강요』의 구조와 내용을 모두 소개해드렸습니다. 비록 생략된 교리와 내용이 무척 많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기독교 강요』가 어떤 책인지는 대강 이해할 수 있으실 것입니다.
두 번째 주제를 마치며
지금껏 쭉 살펴본 바와 같이 『기독교 강요』는 「사도신경」의 순서를 따라 전개되는, 성경의 가르침에 무척 충실한 책입니다. 실제로 『기독교 강요』는 23년 동안 끊임없이 개정되는 가운데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책으로 변모했는데도, 초판과 최종판이 말하는 신앙과 사상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23년 동안 많은 믿음의 분투, 연구, 경험 등을 통해 칼빈 선생님의 지혜가 풍부해지고 성경을 바라보는 안목이 넓어지고 깊어졌음에도, 처음의 확신과 사상을 변경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이는 칼빈 선생님이 처음부터 자기 철학이나 사상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성경에만 충실했으며, 평생 성경의 진리를 있는 그대로 믿고 따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3
그런 칼빈 선생님에게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경건의 선행 조건이었습니다. 단순히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쌓는 데 목표를 두지 않고, 그 지식을 토대로 하나님을 올바르게 경외하고 예배하는 데 궁극적인 목표를 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독교 강요』를 정말로 올바르게 배우고 이해한 이들은 차갑고 논리적이기만 한 신앙을 지니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진실한 열정과 따뜻한 마음을 함께 지닌, 진실로 경건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기독교 강요』는 전문적으로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기독교의 가르침(성경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배우고 실천하고자 하는 성도 모두가 읽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책입니다.
그러나 기초 지식과 독서 훈련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일반 성도가 『기독교 강요』를 쭉쭉 읽어나가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우선 저부터도 그렇습니다. 『기독교 강요』를 보고 있으면, 어느샌가 마음 한 편에 부담감이 느껴지곤 합니다. 책장의 한 칸 반 정도나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나 당시 상황과 배경에 대한 지식이 모자라서 여러 번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때면 괜스레 마음이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더구나 직장에 다니다 보면, 개인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겨우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다고 해도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기독교 강요』는 학창 시절의 교과서처럼 유독 앞부분에만 손때가 많이 묻어 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여러 강의와 자료의 도움을 받아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해가며 계속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보는 형제, 자매님들도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계속 책을 읽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기독교 강요』는 성도들이 올바르고 경건한 신앙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참으로 보물과 같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주제, ‘칼빈과 『기독교 강요』’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처럼 하나님을 알아가고 계신 성도 분께 도움이 되는 연재물이 되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각주
1 존 칼빈, 『기독교 강요 (상)』, 김종흡 외 3명 옮김, 생명의말씀사, 1988, p. 18.
2 장수민, 『칼빈의 기독교 강요 분석 Ⅰ』, 칼빈아카데미, 2006, p. 403.
3 존 칼빈, 『기독교 강요 (상)』, 김종흡 외 3명 옮김, 생명의말씀사, 1988, pp. 18, 19.
참고서적
– 존 칼빈, 『기독교 강요 (상)』, 김종흡 외 3명 옮김, 생명의말씀사, 1988.
– 장수민, 『칼빈의 기독교 강요 분석 Ⅰ』, 칼빈아카데미, 2006.
– 장수민, 『칼빈의 기독교 강요 분석 Ⅱ』, 칼빈아카데미, 2006.
– 라은성, 『이것이 기독교강요다(지도자용)』, PTL, 2014.
표
– 장수민, 『칼빈의 기독교 강요 분석 Ⅰ』, 칼빈아카데미, 2006, 목차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사진
– 칼빈 박물관 방문 시 관계자분의 허락을 받아 직접 촬영하였습니다.
「칼빈 박물관 탐방기 – 칼빈과 기독교 강요」 시리즈
칼빈 박물관 탐방기 (3-2) 칼빈과 기독교 강요 – 『기독교 강요』, 사도신경의 순서를 따라 성경의 가르침 전반을 체계적으로 설명한 기독교 역사상 최고의 걸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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